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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익재단]신용호 신념 속 '미래 농업' 일구다[대산농촌재단]전문성 돋보이나 사회공헌지출 비용은 감소 추세

조세훈 기자공개 2018-09-04 13:19:0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3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요,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다'.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오래된 신념이다. 다만 보험사를 운영하고 있어 농업과 직간접적인 연을 맺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본격화된 1990년대에 들어서자 신 회장의 관심은 급격히 농업에 쏠렸다. 당시 세계화의 물결 속에 우리 농업이 자칫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다는 위기론이 사회 안팎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농산물 개방 물결 속에서 우리 농업을 지탱할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봤다. 농업과 전혀 상관없는 교보생명이 대산문화재단(1992년), 교보교육재단(1997)설립에 앞서 100억원의 뭉칫돈을 출연해 농촌분야 공익재단인 대산농촌문화재단(1991년)을 가장 먼저 설립한 이유다.

눈여겨볼 점은 대산농촌문화재단이 어려움에 빠진 농업인을 단순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업현장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지원 사업을 했으며 미래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연수 등 장학·교육 사업도 펼쳤다. 농업계 최고 권위로 인정받고 있는 '대산농촌문화상'을 통해 매년 우리 농업과 농촌발전을 이끌어 온 농업인을 시상해 왔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재단운영을 해왔다는 얘기다. 다만 주식 가치 상승과 부동산 처분 이익으로 재단 자산이 크게 늘었음에도 고유목적 사업 지출액이 제자리라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보 대산농촌재단 규모

◇농업계 인사 재단 참여로 전문성 높여

우리나라 최초 농업·농촌지원 공익재단인 대산농촌재단은 이사장 직속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재단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농업 전문가가 재단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런 운영 방식은 향후 설립된 대산문화재단과 교보교육재단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현재 자문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업계 권위자인 김기선 서울대 농생대 원예생명공학과 교수와 강병화 고려대 생과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등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단은 현재 새로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사회에도 농업 전문가를 임명했다. 오교철 교보정보통신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와 양승룡 고려대 교수가 전문 인사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윤 명예교수는 농림부 WTO 협상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농업경제학 권위자로 현재는 귀농을 한 농업인이기도 하다. 양 교수 역시 한국농업정책학회장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안정심의위원, 농협중앙회 운영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이밖에 방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윤석원 미래플랜 대표도 이사회 구성원이다. 이중 윤 대표는 재단의 부동산 투자를 관리하는 전문가로 임명됐다.

재단은 전문성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왔다. 대산농촌재단은 농업인을 비롯해 대학교수, 전문연구원, 농촌지도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우수한 연구과제를 선정해 총 565개 과제에 대해 38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또 미래 우수 농업인 육성을 위해 364명의 차세대 농업인재를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일본, 네덜란드, 독일 등 농업선진국에 1000여명이 넘는 농업인을 연수 보내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도농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족단위 농촌체험, 초등학생 농촌체험을 운영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총 8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고 신용호 회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광복 70주년인 지난 2015년에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 농업의 별 13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교보 대산농촌재단 재무평가 현황

◇재단 기본자산 늘었지만 공익활동 자금은 그대로

재단의 총자산은 163억원이다. 눈여겨볼 점은 재단 자산은 증가 추세인데 반해 고유목적사업 지출액은 감소 추세라는 것이다. 대산농촌재단은 취득한 맥쿼리인프라 주식의 평가기준이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면서 지난 2년 사이 자산 가치가 16억원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처분해 25억6000만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자산이 30% 넘게 증가하는 동안 고유목적 사업 지출액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고유목적사업 지출액은 지난 2008년 21억5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추세로 지난해에는 16억28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공익목적 수입 증가율 역시 1% 넘게 줄었다. 공익사업 프로그램 비용 증가율은 2.9%로 가이드스타가 제시한 8% 이상보다 낮았다. 재단 운영의 전문성은 돋보였지만 최근 고유목적사업 지출에는 인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그램비용 비율은 71.89%로 양호했다. 순자산 공익목적사업 사용비율은 11.68%이다. 전체 자산에서 공익목적 사업에 1/10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산농촌재단 총사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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