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13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국내 증시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 비상장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자문사 간판을 걸어두고 고유재산으로 비상장주를 투자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중 길투자자문은 최근 자기자본의 대부분을 프리IPO 종목에 집행하는 등 공격적인 비상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길투자자문은 이달 초 고유재산을 활용해 셀리버리 주식 2만주를 신규 매수했다. 셀리버리는 신약개발 바이오 회사로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절차가 진행중인 곳이다. 길투자자문은 셀리버리 주식을 주당 2만250원, 총 4억500만원어치 사들여 전체 자기자본(약 55억원)의 7.3%를 집행했다.

길투자자문은 또 다른 바이오 회사 파멥신에도 적지 않은 규모 투자금을 집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약 6억1800만원을 들여 주당 4만7000원, 총 1만3153주를 매수했다. 파멥신은 항체치료제 개발 회사로 현재 상장 예심 절차가 진행중이다. 지난달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장외 투자가 많아지며 관심을 끈 종목이기도 하다.

지난 2월에는 기업공개(IPO) 직전 단계였던 올릭스 주식을 주당 3만원에 총 3억원 장외 매수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올릭스는 올 7월 코스닥에 입성했고, 공모가 3만6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7만원대에 시초가가 형성됐다. 길투자자문은 상장 직후 자금을 회수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길투자자문의 최근 투자 공통점은 상장 직전 단계인 바이오 회사 주식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올릭스, 파멥신, 셀리버리 등에 투자한 시기가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시기 전후와 맞물린다. 공모주 시장에 등장했을 때 기관이나 개인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바이오 회사들은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다"며 "공모주 수요예측 때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 하이일드 펀드 같은 공모주 특화 상품의 대기자금만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상장이 유력한 바이오 장외주에 투자하면 불패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길투자자문은 과거 현대자산운용에 몸담았던 신경수 대표와 조용택 상무가 공동 출자해 지난 2011년 설립한 곳이다. 설립 직후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획득하긴 했지만 대부분 수익을 고유재산 투자를 통해 내고 있다. 현재까지 유치한 자문계약은 10건으로 많지 않다. 향후 투자일임업이나 헤지펀드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과거 상장주식 투자를 많이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투자 패턴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고유재산 투자로만 17억원을 벌어들여 전년 3억9000만원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익을 냈다. 이중 프리IPO 종목 투자를 통해 거둔 수익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길투자자문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빠져 관련 섹터가 저평가 상태에 있다고 본다"면서 "비상장 시장에서 바이오주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