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0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정했다. 애당초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연이나 연기란 표현은 쓰기 어렵지만 결국 연내 상장은 못한 셈이다. 올해 공모 앵커리츠(Anchor REITs)의 상장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공모리츠 관계자들은 올해 상장 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현행 제도로는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대안으로 리츠를 내세운 것에 비해 시장의 반응을 이끄는데 힘이 부쳤던 것이다.
홈플러스 리츠의 경우 1조7000억원대 공모를 앞두고 흥행에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 연기금 입장에선 생소한 투자상품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금까지 공모리츠 투자 사례가 없었다. 공모주 직접투자의 경우 코스피200 종목에 편입될만한 곳만 극히 제한적으로 하고 대부분 외부 자산운용사에 아웃소싱을 주고 있었다. 투자 매뉴얼에 리츠가 없으니 딜의 매력도를 떠나 투자여부 자체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선뜻 나설 위인은 없었다.
앞서 상장을 마친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신한알파리츠의 경우 1140억원의 일반청약 물량을 개인투자자 수요로 미매각없이 마쳤다. 하지만 주고객층이라 할 수 있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세제혜택이 없다보니 애로사항이 만만치 않았다. 고액자산가 대부분이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자인데 분류과세가 적용되지 않은 탓에 배당소득의 매력이 떨어졌다. 리츠의 자산이 판교 부지에 있지 않았다면 개인투자자 확보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사상 처음으로 리츠에 수요예측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발행사에 도입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수요예측에서 IPO 투자자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었지만 딜을 성사시키기까지 관계자들의 피로감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건의 공모 리츠를 지켜보면 기존 정부의 리츠 활성화 대책으로는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다각적인 혜택이 나오지 않으면 실무 급에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각 부처간의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기관 및 개인투자자를 동시에 확보할 장치가 추가돼야 한다. 리츠의 배당소득이 의미가 있으려면 분리과세 적용은 불가피하다. 상장 후 기관투자가들의 공모 인수물량을 받아줄 LP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IPO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다가서기 힘든 장기 배당 성격의 상품이라는 것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연기금 역시 해외 트렌드에 맞춰 리츠를 투자 매뉴얼 상에 어떻게 위치시킬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
내년 홈플러스 리츠 딜의 성사여부는 후발주자들의 행보를 좌우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월까지 남은 시간 동안 조단위 공모 리츠가 자생할 수 있는 성숙된 시장여건이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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