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式 지배구조 재편…계열사 합병 '정공법' [이호진 3심 태광그룹 운명은]①지주사격 '티알엔' 탄생, 공정위 사익편취 의혹 해소·오너십 탄탄
심희진 기자공개 2018-10-25 08:18:20
[편집자주]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재상고심 선고가 25일 열린다.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될 경우 이 전 회장은 곧바로 수감절차를 밟게 된다. 오너 부재로 경영 시계가 멈춰있는 태광그룹의 앞날도 이번 판결로 운명을 달리할 예정이다. 더벨은 태광그룹의 경영환경과 지배구조 등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4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6년간 태광그룹은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았다. 총수 부재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 내부거래 기업으로 태광그룹을 지목하면서 지배구조 변화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공정위의 개혁 요구에 이호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오너일가 소유 계열사 8곳을 하나로 합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했다. 대대적 재편 작업이 단행됐음에도 이 전 회장의 오너십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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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2003년 사세를 본격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섬유·화학 중심이었던 그룹 포트폴리오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디어, 금융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이 전 회장이 2006년 사들인 흥국화재는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태광그룹은 2012년 변곡점을 맞았다. 이 전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전 회장 대신 친인척인 심재혁 레드캡투어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이어받았다. 50여년간 유지돼온 오너 중심 체제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태광그룹은 이듬해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일가 소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후폭풍이 몰아쳤다. 당시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업체 중에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그 규모가 200억원이 넘는 곳을 타깃으로 삼았다. 사실상 이 전 회장 소유의 모든 계열사들이 재편 대상에 올랐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이 전 회장은 정공법으로 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첫 타깃은 IT(정보통신) 계열사 '티시스', 부동산 유지보수 계열사 '티알엠', 골프장 운영 계열사 '동림관광개발'이었다. 모두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고 내부거래 규모가 많은 곳이다. 이 전 회장은 이들을 '티시스'라는 사명 아래 한 데로 합쳤다. 이후 포트폴리오 조정, 자회사 추가 합병 등을 통해 재편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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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16년 티시스의 식음료 사업부를 태광관광개발에 넘겼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듬해 이 전 회장은 광고대행사 '에스티임', 인력 공급업체 '서한실업', '동림건설' 등을 티시스에 합병시키며 한 번 더 변화를 꾀했다.
이호진식(式)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올해 초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엔 상품권 서비스 업체 '한국도서보급'을 중심으로 데이터 방송채널 사업자 '쇼핑엔티'와 티시스를 모두 합쳤다. 티시스의 경우 내부거래가 많은 사업부는 별도법인으로 떼어내고 투자 부문만 합병 대상이 됐다. 이 전 회장은 알짜 수익원이었던 티시스 사업부에 대한 지분을 무상 증여 형태로 태광산업에 넘겼다. 내부 일감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사실상 주주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선택을 한 셈이다.
최근 6년간의 교통정리를 통해 8개 기업이 '티알엔'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로써 이 전 회장 지배 아래 흩어져있던 가족회사들은 '이 전 회장→티알엔(52%)→태광산업(11%)·대한화섬(34%)'으로 단순화된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각 사업부에 대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 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오너일가의 지분 연결고리도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확고한 1대 주주로 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알엔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지배력은 27%까지 확대된다. 대대적 재편 작업에도 이호진 1인 지배체제가 여전히 막강하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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