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07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또 있을까. 자수성가형 기업가의 표본, 샐러리맨 신화, 급격한 사세 확장과 몰락, 그리고 화려한 재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코웨이를 다시 인수키로 한 윤 회장의 스토리는 당분간 호사가들의 입에 여러차례 회자될 법한 좋은 소재다.눈물의 알짜 계열사 매각과 이를 되찾는 과정은 "웅진그룹에는 코웨이를 절대로 팔지 않겠다"던 MBK파트너스가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흥미가 배가됐다. "자식같은 기업을 되찾게 됐다"는 윤석금 회장의 말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코웨이 M&A는 반전이 버무려진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번 딜을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코웨이 M&A가 값싼 감정에 호소하는 윤석금 회장 주연의 신파극 정도로 끝을 맺어선 안된다는 뜻이다. 눈물을 닦으며 스크린 위에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거래 구조를 살펴보자. 1조6800억원의 인수금액 가운데 차입(Debt Financing)과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끌어모으는 돈이 무려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쯤되면 인수 주체가 웅진그룹인지, 금융기관인지 헷갈린다. 코웨이 인수를 위한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딜 구조를 일견 이해할 수는 있다. 코웨이를 다시 찾고 싶은 웅진그룹은 돈이 필요했고, 빅딜에 목마른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영업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코웨이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다면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문제는 웅진씽크빅이다. 졸지에 코웨이의 인수주체가 된 웅진씽크빅은 대규모 증자 발표로 주가가 폭락한 상태다. 코웨이와의 시너지를 고려했다는 주장을 당장 입증할 방법은 없다. 그보다는 그룹내 선봉에 설 수 있는 계열사가 오직 웅진씽크빅 하나 뿐이었다는 설명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다.
벌써부터 웅진씽크빅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너가 되찾고 싶어하는 코웨이 탓에 유탄을 맞아야 하는 주주들의 심정은 어떨까. 웅진씽크빅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주가 하락의 고통과 그에 대한 웅진그룹의 배려가 있었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코웨이가 웅진의 간판을 다시 달고 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코웨이가 자식 같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윤석금 회장의 생각이다. 코웨이 직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계열의 연을 끊은지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기업 문화나 경영 방식 등을 과거 웅진 시절과 똑같이 적용시킬 수 없다. 즉, 코웨이를 향한 인식의 출발점을 '다시 찾은 옛날 내 자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결국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는 재무 부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너지 효과와 성공적인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후 통합)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6년만에 되찾은 자식은 옛 부모를 만나 잘 살 수 있을까. 코웨이를 둘러싼 윤석금 회장 주연의 신파극은 아직 2부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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