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 사업 30년의 첫 실패…되찾는데 6년 IMF 외환위기 당시 못 팔 바엔 빌려주자며 렌탈 시작…"실패한 오너 재기하는 모습 보여줄 것"
이정완 기자공개 2018-10-29 18:38:59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9일 18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를 인수했다. 윤 회장에게 코웨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유동성 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매물로 내놓았다. 윤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고 30년만에 처음 실패를 경험했다고 회고했다. 그 실패로 가장 아끼던 회사를 팔아야 했다. 이를 되찾는 데 6년이 걸렸다.윤 회장은 오랜만에 공개석상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옅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그동안 소회를 밝히는 데 간담회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그만큼 할 말이 많았고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윤 회장은 29일 서울 종로플레이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시간여 진행된 간담회 중 30여분을 소감을 밝히는 데 썼다. 질의 응답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윤 회장은 렌탈사업 초기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는 팔지 못하면 빌려라도 주자는 마음으로 렌탈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집집마다 돌며 백과사전을 팔던 영업 사원 시절의 아이디어가 가전 제품의 방문 판매로 이어졌다. 이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 돼 전세계를 상대로 렌탈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잘 나가던 웅진코웨이를 판 것은 사업에 대한 오판, 자만 때문이었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시절을 돌아보며 사과와 함께 안타까움을 표했다. 웅진그룹은 2012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핵심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를 매각했다.
그는 "렌탈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그룹이 잘 되면서 욕심을 내 건설·태양광·저축은행을 인수했다"며 "지난 일이지만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그 이전까지 사업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아무 사업이나 진출하면 모두 성공할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윤 회장은 "30년 동안 실패한 일이 없어 새로운 업종에 진출할 때에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며 "자만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다시 인수한) 코웨이를 키우는 일에 열정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렌털 비즈니스를 가장 잘하는 일이고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도 표현했다.
웅진은 2012년 당시 코웨이 지분 51%를 1조2000억원에 매각했는데 지금은 그 절반인 22%를 1조6000억원에 되사야 했다. 그만큼 애착을 갖고 인수 의지를 보였다.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를 늘 꿈꾸며 끊임 없이 희망했는데 그 결실을 오늘에야 맺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MBK파트너스의 의중이었다. 당초 MBK는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법정관리 신청은 웅진그룹과 MBK파트너스의 사이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그러나 윤 회장의 인수 의지가 빠른 인수 계약 성사로 이어졌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은 MBK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며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으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험 때문에 갑작스레 신청했는데 MBK 측이 기분 나빴을 것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웨이 인수 이후 청사진도 전했다. 코웨이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성장했다. 완제품으론 물건이 팔리지 않아 렌탈 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당시 보증 문제로 아무도 웅진코웨이의 대표이사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윤 회장이 직접 구원투수로 나서 렌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성공시켰다. 25년간 쌓인 노하우는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코웨이 인수가 불투명할 당시 웅진은 직접 렌탈 사업에 진출했는데 빠르게 영업망을 구축했다.
윤 회장은 "렌탈은 시스템·전산·서비스·원가 절감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인데 웅진이 하나하나 신경 써 성공했다고 자부한다"며 "이제 더 많은 제품을 빌려쓰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전망했다.
렌탈 비즈니스는 이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성장하고 있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 확장과 서비스·시스템 혁신을 통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윤 회장은 마지막으로 실패한 기업인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실패하면 금융제재를 비롯 정말 많은 제재를 받는다"며 "실패한 오너가 재기하는 모습 보여주면서 기업인뿐 아니라 젊은이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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