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1호 수출펀드 '한일롱숏펀드' 역사속으로 롱숏전략에 비우호적인 시장 분위기…소규모 펀드 전락
최은진 기자공개 2018-12-05 10:21:22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3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의 1호 해외 수출 펀드가 약 5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운용은 'KB한일롱숏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을 오는 27일자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오는 18일까지 환매 청구를 받는다. 이 날까지 환매청구를 못한 투자자들은 해지일인 27일에 투자금이 상환된다.
이 펀드는 지난 2014년 2월에 설정된 상품이다.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해외 롱숏펀드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KB운용의 뒤를 이어 미래에셋운용도 지난 2017년 같은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과 일본 주식을 대상으로 롱숏 전략을 활용해 페어트레이딩을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숏 포지션을 통해 하락장을 방어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취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일본 주식 투자에 대한 자문은 일본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다이엠(DIAM)이 맡았다. 국내 최대 판매처인 KB국민은행을 등에 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펀드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해외 롱숏펀드라는 점 외에도 KB운용의 1호 수출 펀드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일본 아이자와증권을 시작으로 SBI증권 등으로 판매사를 늘리며 현지 마케팅을 강화했다. 일본서 약 5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규모는 설정 1년 반만에 약 4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들어 찾아온 중소형주 중심의 강세장에 타격을 입었다.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 등 IT 관련주 등에 집중 투자하고 일부는 숏 포지션으로 운용하며 대세상승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2015년 당시 펀드는 4%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 2017년 상승장에서도 코스피가 20% 이상 올랐지만 펀드는 불과 7% 수익을 냈다.
이 펀드의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18%, 연평균 3% 가량의 성과를 나타냈다.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상승장에서 상대적인 부진을 나타낸 데 따라 투자자들에게 소외됐다. 자연스레 자금 이탈도 이어졌다. 최근 기준 펀드 운용규모는 7억원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판매된 자금도 이미 모두 환매된 상태다.
자본시장법 상 펀드를 설정하고 1년이 지난 후 펀드 운용규모가 50억원 미만을 밑돌 경우 소규모 펀드로 정의하고 펀드를 임의로 정리할 수 있다. 고유계정 등을 투자하거나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어 50억원 이상으로 운용규모를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KB운용은 청산을 택했다. 펀드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KB운용 관계자는 "한일롱숏펀드는 국내 출시된 첫 해외 롱숏펀드이고, 자사가 해외에 수출한 첫 공모펀드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펀드가 적정 운용규모에 미달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익률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청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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