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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신규사업 'PLP' 적자에도 파격 승진 이윤태 사장이 직접 육성…강사윤 부사장 등 3명 승진, 최대실적 MLCC조직과 동급

이경주 기자공개 2018-12-10 08:18:39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7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가 지난 6일 발표한 2019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신규사업인 PLP(패널 레벨 패키지)솔루션 사업팀이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PLP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이윤태(사진)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로 취임한 이후 수년 간 수천억원을 들여 집중 육성해온 사업이다.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 수주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아직은 적자사업으로 실적 기여도가 없다. PLP사업팀 약진은 이번 인사가 성과주의와 함께 미래성장성에도 큰 비중을 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PLP사업부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부품으로 올해 삼성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콤포넌트솔루션사업부와 버금가는 규모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두 명의 부사장 승진자 중 한명도 PLP사업팀에서 나왔다. PLP사업팀은 부사장단이 이끌고 있는 3대 사업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윤태
삼성전기는 지난 6일 부사장 2명, 전무 3명, 상무 8명, 마스터(Master) 2명 등 총 15명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승진규모는 2013년(18명) 이후 최대였다.

MLCC와 관련된 인력들이 가장 많이 승진했다. 13명 중 4명이다. MLCC를 제조하는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에서 김두영 제조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김종한 MLCC 재료개발그룹장과 정해석 산업전장개발그룹장이 상무가 됐다. 중앙연구소 윤석현 MLCC개발그룹 수석도 상무가 됐다.

삼성전기는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와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모듈솔루션사업부 △스마트폰용 메인보드와 PCB(인쇄회로기판) 등을 만드는 기판솔루션 사업부가 3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기 이윤태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는 합당한 보상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기는 올해 MLCC 업황 호조로 사상 최대 연간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 3분기누적으로 영업이익이 7658억원에 이른다. 역대 연간 최고 기록인 2012년 5805억원을 올해 3분기까지 누적이익으로만 1800억원 이상 상회하고 있다.

1등 공신은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였다. 이 사업부는 같은기간 영업이익 8221억원을 기록했는데, 전체 영업이익(7658억원) 규모를 뛰어 넘고 있다. 같은 기간 기판솔루션 사업부가 1165억원 적자를 기록해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 이익을 일부 잠식했다. 그럼에도 삼성전기는 사상 최대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컴포넌트솔루션사업가 큰 기여를 했다.

삼성전기 실적

예상 밖이었던 것은 PLP솔루션사업팀의 약진이다. PLP솔루션사업팀은 CEO 직속으로 이 사장이 직접 관리한다. 다만 실적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판솔루션사업부에 귀속되고 있다. PLP솔루션사업팀 역시 사업초기라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PLP솔루션사업팀은 승진자가 3명으로 MLCC와 규모가 비슷했다. 이 팀에서 강사윤 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조태제 개발팀장은 전무로, 허영식 지원팀은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강사윤 부사장의 승진은 PLP솔루션사업팀이 삼성전기 3대 사업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기는 올 9월말 기준 부사장이 5명 뿐인데 2명을 제외하고 모두 3대 사업부 수장들이다. 나머지 2인은 전략마케팅 실장인 홍완훈 부사장과 허강헌 연구개발 총괄 부사장이다. 이번 강사윤 부사장 합류로 부사장단은 6명이 됐으며, PLP솔루션사업팀은 3대 사업부와 위상이 비슷해졌다.

PLP는 반도체 전문가인 이윤태 사장이 2015년 삼성전기 대표로 취임한 이후 자신의 경력을 살려 개발한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 기술이다. 이윤태 사장은 서울대(학사)와 카이스트(석박사)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기술통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대다수 경력을 보냈다. 특히 2006년부터 2009년까진 반도체 후공정 기술과 연관이 있는 시스템LSI 사업부 상품기획팀장을 맡았다.

이 사장은 삼성전기로 자리를 옮긴지 1년 만인 2016년 7월 충남 천안에 PLP전용 라인을 만드는 2632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삼성전기는 삼성전자가 올 가을 출시한 '갤럭시워치'에 처음으로 PLP공정을 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갤럭시워치용 AP가 올 6월부터 PLP기술로 생산됐다. 더불어 삼성전기는 또 다른 모델 수주건도 진행하고 있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데 필요했던 PCB를 쓰지않고도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PCB가 없어진 만큼 전자기기를 보다 얇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이 확대되는 추세기 때문에 공간을 줄여주는 PLP기술이 유용할 수 있다. 더불어 PLP를 적용하면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입출력 단자의 배선거리도 짧아져 방열 효과도 개선된다.

PLP기술
PLP 기술의 장점 (사잔:삼성전기 홈페이지)

다만 PLP는 아직 삼성전기 이익에 기여하고 있지는 않다. 삼성전자 수주 물량이 크지 않은데다, 신기술을 처음 양산에 적용한 것이라 수율이 이익을 낼 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PLP사업이 한동안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파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적 기여 보단 미래 가능성을 더 인정받은 파격인사라는 평가다. 삼성전기가 향후 이 사장 주도로 PLP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란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익 기여가 없는 PLP솔루션사업팀이 대거 승진한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며 "이 사장이 PLP사업을 강력히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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