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대전환, '고객유치 과정이 더 중요하다' [NH증권 KPI 폐지]'과정가치' 신설, 직원-센터장 협의로 항목 구성
서정은 기자공개 2019-01-18 14:23:41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7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이 영업점 임직원들의 성과평가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애기로 했다. 수익성 위주의 증권사 직원 성과평가 시스템을 뒤엎은 것으로 정영채 대표가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더 중시하겠다는 것이다.WM 비즈니스 사업자들이 외쳐대던 고객 중심의 WM사업 전략이다.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한 특단의 실험으로 영업점 직원들은 회사의 방침에 끌려다니기보다는 고객 위주의 비즈니스를 실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WM사업 부문에 한해 영업점 임직원들에게 적용되던 KPI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대신 '과정 가치'라는 항목을 신설해 성과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오는 상반기 인사평가부터 시행되며, WM사업부에서 관련 사항을 조율 중이다. 내주 영업점 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마친 뒤 공식 도입된다.
KPI는 임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금융권에서 주로 활용돼왔다. KPI의 경우 개별 성과급 뿐 아니라 인사 고과에도 연동되기 때문에 임직원들에게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금융권에서는 'KPI 항목에 통일이 있으면, 남북 통일이 벌써 이뤄졌을 것' 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NH투자증권 또한 타사와 마찬가지로 KPI를 영업점 직원들의 인사평가 및 고과에 연동해왔다. 딜 소싱 등 자체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배분하는 IB 본부 등과 달리 WM 사업은 본사 상품, 마케팅 등 여러 곳과 고루 연관돼있기 때문에 항목도 세분화되어있다. 실제로 KPI 항목에는 순영업수익, 총자산, 고객 수 등 여러 항목이 비중을 나눠 배분돼 있다. 과거 고객수익률이 화두였을 당시 금융사들이 KPI에 이를 넣었다. 하지만 KPI 자체를 폐지한 사례는 없었다.
NH투자증권이 KPI 대신 주목한 건 '과정 가치'라는 항목이다. 쉽게 말해 고객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련의 활동을 파악해 직원들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겠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고객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등 정량적 지표가 중요했다면 지금부터는 고객의 마음을 얻고, 관리하는 과정을 평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영업점 직원들이 포트폴리오 상품을 제안하거나, 금융시장이 급변했을 때 이를 설명하는 행위, 고객이 자산을 맡기는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 등이 모두 평가 대상이 된다. 고객들과 몇 차례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교류했는지 등도 항목에 포함된다. 이같은 내용을 정리한 간략한 보고서 등으로 직원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아이디어는 정영채 대표이사가 직접 낸 것으로 알려졌다. WM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류를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평가는 정량적인 부분에 매몰돼있었다는 설명이다. 영업점 직원들이 회사가 요구하는 KPI를 맞추기 위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등한시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네트워크를 통해 IB 사업을 키웠던 정영채 대표의 의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직원이 '과정가치'에 대한 평가항목을 직접 만드는 것도 큰 특징이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평가 항목을 제공할 경우 또 다른 KPI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점·센터 특성, 직원들의 고객 보유현황, 주력 금융상품 판매, 개별적인 강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센터장과 협의해 이를 결정토록 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오는 모든 활동들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고객의 가치를 높여 회사의 성장을 이루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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