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기술수출, 장부가가 0원이라고?" [thebell interview]②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서은내 기자/ 민경문 기자공개 2019-01-22 08:19:46
[편집자주]
미래 먹거리로 제약 바이오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난제로 여겨졌던 신약 개발이나 헬스케어를 비롯한 실버 산업은 자본시장과 한국 경제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벨은 벤처캐피탈업계의 제약·바이오 전문가를 만나 2019년 시장 전망과 쟁점 사항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1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구개발비 자산화'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관련 회계 지침을 발표하며 잠잠해진 듯 보였지만 향후 잡음이 나올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사진)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가이드라인에 관해 아쉬움을 표했다. 대형제약사부터 벤처까지 기술수출이 잦아지며 국내 바이오 산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 관련 규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금감원 지침에 따르면 제약 바이오업체의 R&D 과제 중 임상3상이 개시된 것만 관련 비용(연구개발비)을 자산으로 회계처리하고, 그 전까지는 경상개발비란 비용 항목으로 잡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개시 승인 시점, 제네릭은 생동성 시험 계획 승인 시점이 자산으로 회계처리(자산화)할 수 있는 기준점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맞춘다면 임상 3상 이전인 신약 연구 파이프라인이 외부에 기술수출 된다고 할 때, 장부가가 0원인 자산을 넘겨주는 일이 생긴다. 최근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에 총 8800억원 규모에 넘겨준 비알콜성 지방간(NASH) 치료제 역시 신약 후보물질 단계이므로 장부상 표시된 개발 자산은 '제로'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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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화 전 장기간 개발 자체가 본업인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구 파이프라인이 핵심 자산이다.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대강의 의약품 범주에 따라 뭉뚱그려 회계처리를 달리한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황 상무는 또 미국의 사례를 들어 "글로벌 대형제약사들은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비용을 비용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중소 나스닥 업체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비용화하지 않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 바이오 시장에서는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를 놓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할 수만 있다면, 즉 개발 중인 치료제의 성격과 성공확률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덧붙인다는 원칙 아래 비용 혹은 자산화 여부를 기업이 결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는 "현금이 어느정도 확보된 상장사의 경우 피해가 덜하겠으나 비상장사는 비용이 늘면 은행에서 조금만 자금을 대출받아도 부채비율이 높아져 연구과제를 완수하는 게 어려워진다"며 "결국 정부가 바이오 투자를 장려하면서 한편으로는 회계상 불이익을 주는 이중 잣대를 제시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잇따른 기술수출 소식에 대해 황 상무는 반색했다. 기술수출은 글로벌 빅 파마사들 대비 걸음마 단계인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대형 업체들과 협력하며 노하우를 배울 좋은 기회다. 더구나 글로벌 임상 진행 과정의 리스크와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국내 바이오기업에겐 버거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바이오벤처가 발굴되고 성장하려면 기술력에 대한 인정과 지원도 따라야 한다. 황 상무는 기술성 평가를 통해 기술특례상장으로 혜택을 주는 제도는 그런 의미에서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2005년 도입된 후 특히 지난 2015년부터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곳들의 대부분이 최근 바이오에 편중되는 추세다.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규정도 기술특례상장사에는 면제다.
황 상무는 "상장 유지에 수십억 비용이 드는 나스닥 시장과 달리 국내에선 상장 프리미엄이 뚜렷하다"며 "수많은 업체가 바이오란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오는 요즘, 기술성평가는 일차 검증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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