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온 매그나칩, 파산 위기부터 美증시 입성까지 하이닉스서 분사, 미국 펀드가 인수…비메모리 훈풍에 M&A시장 '노크'
윤필호 기자공개 2019-03-13 08:10:38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2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그나칩반도체(이하 매그나칩)가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매각에 나섰다.
매그나칩은 파란만장한 기업사를 보여왔다. 옛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부에서 분사돼 미국 펀드에 매각된 매그나칩은 파산 위기까지 겪다가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실적도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반도체 호황을 틈타 기업가치를 높였고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 매그나칩의 유력한 인수 후보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매그나칩은 2000년대 초반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독립했다.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행보였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2004년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를 분리해 미국 씨티벤처캐피탈(CVC)에 매각하면서 설립됐다. 파운드리 사업에 주목도가 높은 가운데 디스플레이 구동 IC(DDI), 전력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관련 제품 제조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반도체를 일부 영위하지만 그 규모는 작다. 매그나칩은 독립된 비메모리반도체 회사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매그나칩은 반도체 제품을 설계하는 팹리스(Fabless)와 생산인 파운드리(Foundry)를 모두 영위하는 종합 반도체(IDM) 기업이다. 매그나칩은 출범과 함께 하이닉스 비메모리 책임자였던 허염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허 대표는 비메모리 분야의 선도회사로 도약하고 한국과 미국 동시 상장을 하겠다는 목표로 제시했다. 이듬해인 2005년 2월 일본의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설계와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이슬론(ISRON)를 인수했다.
독자법인으로 야심차게 나섰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미국 대만 등 주요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하는 와중에 매그나칩의 경영은 녹록치 않았다. 회사는 같은 해 4200명이던 직원 수를 3700명으로 감축하고, 비주력사업인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등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자 허 대표는 2006년 5월 물러났고, 후임으로 박상호 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선임됐다.
이후에도 실적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사는 2007년 4분기 흑자전환을 기록하기까지 무려 9분기 동안의 적자를 버텨야 했다.
회복세를 보이나 싶었지만 반도체 불황에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09년 파산위기까지 몰렸다. 출범 당시 떠안은 과도한 채무는 성장에 독이 됐다. CVC는 인수대금으로 8억2800만달러(약 9500억원)를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3800억원 가량은 하이닉스의 부채를 이전받는 형식으로 지불했다. 부채는 2008년말 기준으로 8억5000만달러 규모로 늘었다. 결국 회사는 연방파산법의 챕터11(chapter 11) 조항에 따라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KTB투자증권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와 티엘아이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나섰지만, 결국 매그나칩의 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부채의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 채권 기관인 애비뉴캐피털((Avenue Capital Group)의 손으로 넘어갔다.
매그나칩은 2009년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 3개월 만에 마무리 짓고 재무구조를 안정화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가자 처음 목표였던 미국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2010년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캐피털, 도이치뱅크증권 3개사를 주관사로 선정해 뉴욕증시에 'MX'라는 심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했고, 이듬해 3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반전 드라마를 썼다.
매그나칩은 뉴욕증시 국내 1호 상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화제도 잠시 다시 실적이 반전됐다. 해외 PEF가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을 펼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2013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법정관리 우려까지 제기됐다. 대주주였던 애비뉴캐피털도 인수 당시 50%가 넘던 지분을 꾸준히 매각해 보유량을 줄이면서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생겼다.
회사는 박상호 회장이 2014년에 물러난 뒤 2015년 김영준 부사장이 대표로 취임하며 변화를 꾀했다. 이 시기 대주주들은 바클레이즈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성사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M&A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변화가 감지된다. 매그나칩의 실적이 반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7억5090만달러(약 8515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문 별로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솔루션(Display Solutions)과 파워 솔루션(Power Solutions) 부문의 매출은 각각 22.24%, 13% 증가한 2억5610만달러(약 2905억원), 1억6930만달러(약 1920억원)를 기록했다. 기업가치 상승을 계기로 다시 매그나칩은 M&A 시장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M&A 시장에서 원매자 후보도 거론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메이커가 비메모리 반도체 강화 전략을 내비치면서 매그나칩 인수 후보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하고 실제 투자 집행에 나섰는데 메모리 뿐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투자 검토 대상이다.
한편 매그나칩의 주요 주주는 지난 8일 기준으로 브리게이트캐피털(10.51%), 오크트리캐피털(9.44%), 에버모어글로벌(9.36%), 루브릭캐피털(8.66%), 얼라이언스번스타인(7.8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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