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폭발적' 반응, 최고 매력 '절세·환금성' [양매도ETN의 비밀]③옵션 프리미엄 비과세 장점, 거래소 매매로 유동성 확보
최필우 기자공개 2019-03-21 14:29:25
[편집자주]
파생상품의 대명사 ELS가 양매도 ETN에게 그 지위를 조금씩 뺏겨가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양매도 ETN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 상품 개발과 판매에 한창이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더불어 가늠하기 어려운 위험성 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는 아직 낯선 상품인 건 분명하다. 양매도 ETN 열풍 속에 감춰진 그 비밀에 대해 파헤쳐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5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중 상품으로 자리잡은 주가연계증권(ELS)은 사실 자산가들이 유독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이다. 기대위험과 기대수익이 예·적금에 비해 높고 주식보다는 낮은 '중위험·중수익' 성격이 자산가들의 니즈(needs)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자산가들 역시 ELS로 인해 종종 골치가 아팠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ELS가 상환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절세 측면에서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기상환이 지연되면 환금성이 떨어져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싶을 때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은 이 두가지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줬다. 자산가들의 폭발적 수요를 이끈 주요 배경이다.
◇뛰어난 환금성에 절세효과 '톡톡'…거래세 0.3% 면제
금융소득 종합과세 제도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의 금융소득 합계가 연 2000만원이 넘을 때 적용된다. 이 기준을 넘어서면 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이 근로소득을 비롯한 다른 소득과 합산돼 과세가 이뤄진다. 자산가들은 최고 소득세율 46.2%(지방소득세 포함)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아 이자·배당소득세(15.4%)나 양도소득세(22%)와 비교했을 때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현재 ELS 시장의 90% 안팎을 점유하고 있는 지수형 ELS는 대부분 3년 만기에 5~6회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다. 투자 시점에 예상한대로 6개월 후 수익이 실현되면 절세 계획을 세우는 데 무리가 없다. 쿠폰금리 역시 연 5~9% 수준으로 예·적금이나 저축성보험에 비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조기상환이 지연됐을 때 생긴다. 기초지수가 6개월 동안 최초 기준가격의 5~15% 넘게 하락해 1차 조기상환이 지연되면 상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이후 지수가 빠르게 반등해 조기상환이 이뤄지면 금융상품 투자소득이 급작스럽게 2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 조기상환 전 예상 투자소득이 2000만원을 조금 밑돌던 투자자의 경우 ELS 상환 시점에 따라 세금 부담이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양매도 ETN은 뛰어난 환금성을 바탕으로 이러한 리스크 회피가 가능한 수단이다. 투자 후 조기상환이나 만기 때까지 별다른 대책을 세울 수 없는 ELS와 달리, ETN은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필요에 따라 만기 전에 매도할 수 있다. ETN 발행사가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원활한 매매가 가능하다.
특히 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쌓아 나가는 양매도 ETN은 매도시 세금 부담이 사실상 없다. 장내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은 소득세법상 과표대상소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옵션 매도 증거금을 제외한 자금은 CD(양도성예금증서)에 투자되지만 이자 수익이 크지 않아 과세 부담이 적다. 0.3%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는 것도 장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매도 ETN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 적절한 시점에 매도해 절세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도 투자 단위가 큰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혜택"이라고 말했다.
◇자산가 고객 많은 KEB하나은행, 증권사에 상품 출시 '역제안'
KEB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중 양매도 ETN신탁 출시에 가장 먼저 나선 배경에도 절세 수요가 있다. KEB하나은행은 자산규모 1억원 이상 고객이 이용하는 VIP클럽과 5억원 이상 고객 전용인 골드클럽에서 전체 주가연계신탁(ELT)의 약 70%를 판매하고 있다. 소액 투자자까지 담당하는 일반 영업점을 주요 판매채널로 활용하고 있는 타행과 차이가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 한국투자증권에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편입 신탁 출시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ETN을 개발하고 시중은행에 상품 판매를 문의하는 게 보통이지만 절세상품 필요성을 절감하고 역으로 제안을 한 것이다. 당시 대다수 증권사의 관심이 'S&P500 VIX S/T 선물 ETN'에 쏠려있을 때 홀로 양매도 ETN을 준비한 한국투자증권은 KEB하나은행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2조원 규모로 발행돼 있는 양매도 ETN 규모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상승장이 연출되면서 인기가 주춤한 상태지만 절세 수단으로 활용도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양매도 ETN이 유행을 타듯이 판매됐다면 앞으로는 가입자 늘면서 점진적으로 외형이 커질 것"이라며 "절세 수단으로 전략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은 비중이라도 양매도 ETN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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