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1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업체 A사의 제품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면세점이나 직원몰 가격보다 싸게 판매되는 상품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까.지난해 국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중국 따이궁들의 수요가 대폭 꺾이면서 실적이 위축된 로드숍 본사들은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고 도매상을 통한 '밀어내기' 관행을 확대했다. 본사가 직접 온라인을 통해 할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요가 줄었는데 공급은 넘치자 정식 채널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절반 가격에 온라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로드숍 가맹점주들은 도매가 3000원에 공급받은 소비자가 1만원짜리 화장품이 온라인에서 5000원에 팔리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임대료, 판관비 등을 고려했을 때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악순환이 시작됐다. 안 그래도 위축된 오프라인 채널에선 제품이 더욱 팔리지 않고 폐점을 결정한 점주들이 재고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떨이 세일이 이어졌다. 시장가격은 더 흐려졌다. 참다못한 로드숍 점주들은 거리로 나섰다. 현재도 국회와 가맹본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겪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클리오는 2012년 첫 매장 '클럽클리오'를 오픈하고 후발주자로 로드숍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클리오 역시 업황 악화에 따라 대대적인 국내외 매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클럽클리오 매장 철수는 여타 로드숍과는 달리 점주들 동의 하에 순조롭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는 클리오가 일반 프랜차이즈 방식과는 다른 대리점 운영시스템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클리오 점주들은 임대료나 판촉비를 부담하는 대신, 제품을 사입하지 않고 판매고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수취한다. 가맹점 모든 재고는 클리오 본사의 자산이다. 재고 세일을 진행하면 할인분을 본사와 점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클리오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본사가 재고관리 권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현옥 대표 직속으로 공급관리부서를 설치하고 전용 재고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로드숍 채널 외 도매상들의 가수요도 철저히 잡아내 실제 소비될 만큼만 상품을 제조한다.
윤성훈 클리오 CFO는 "본사가 가맹점에게 제품을 사입시키면 당장의 매출로 잡힌다"면서 "하지만 재고 책임을 가맹점주나 도매상들에게 떠넘기고 공급 확대에만 신경쓰면 결국에는 암시장이 형성돼 브랜드도 죽고 점주도 죽는다"고 설명했다.
19일 더페이스샵·아리따움·이니스프리·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 등 점주들이 모인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가 정식 출범한다. 지난해 본격화된 로드숍 '옥석 가리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 브랜드가 죽고 어느 브랜드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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