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고개 숙인 의미는 주총서 취임 후 첫 인사, 사장·사내이사·의장까지 맡아…어깨 위 무거운 짐 의식
구태우 기자공개 2019-03-22 17:02:4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동일(59) 현대제철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주들 앞에 섰다. 반 평생 이상을 포스코에 몸담고, 지난 2월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던 만큼 이직에 대한 논란이 적잖았다. 안 사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부담을 무릅쓰고, 현대제철 경쟁사인 포스코에서 데려온 외부인사다. 안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이직 후 처음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안 사장은 이날 무겁게 입을 떼면서 협력과 발전을 강조했다.현대제철은 22일 오전 인천 올림포스호텔에서 5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현대제철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2018년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 총 5건의 안건을 올렸다.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날 취재진의 관심은 안 사장에게 쏠렸다. 안 사장은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심사하는 동안 고개를 들지 않고 책상을 응시했다. 주주인 장모씨는 발언을 요청하고,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찬성했다. 장씨는 "(안 사장은) 국내 생산설비 분야의 일인자인 만큼 주주의 이익에 보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그러는 동안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안건이 가결된 후 이날 의장을 대리한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을 한차례 응시했다. 안 사장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된 후 자켓 윗단추를 잠그고 주주에게 두번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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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장의 이 같은 모습은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막중한 책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안 사장은 1984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 34년 동안 근무한 '포스코맨'이다. 광양·포항제철소장을 모두 거친 생산 분야 전문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안 사장을 데려오면서 현대제철에 생산·기술 부문 담당 사장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안 사장에게 생산, 연구개발,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을 임명한 이유는 포스코 제철소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이날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안 사장은 현대제철에 온 지 36일 만에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현대제철 경영 전반을 챙기는 한편 주주의 이익까지 고루 챙겨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CEO가 이사회 의장을 할 경우 스스로를 감독하는 문제가 생겨,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안 사장은 현대제철의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고, 포스코에서 경험한 '철강 DNA'를 현대제철에 융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재무제표상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제철소 가동률은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제철의 가동률은 89.9%다. 포스코는 89%다. 포스코는 지난해 조강 3773만8000톤을 생산했다. 현대제철은 조강 2148만1000톤을 생산했는데, 전년보다 조강생산량이 47만1000톤이 늘었다. 양사의 규모, 시장지배력을 감안할 때 단순 비교하는 건 어렵다. 양사 모두 철강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로 맞춘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글로벌 프리미엄 제품 판매 목표치(918만3000톤)를 지난해보다 27만톤 높게 잡았다. 2020년까지 전체 판매량 중 자동차용 비중을 80%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자동차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그친다. 때문에 안 사장은 현대제철의 품질과 기술력을 한단계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안 사장은 포스코와 관계를 전보다 공고히 다져야 하는 과제도 맡았다. 안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정우 회장이 직접한 당부를 전했다. 안 사장은 "(최 회장이)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경쟁사이자, 현대자동차 계열사로서 포스코와 협조할 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며 "국가 경영에 미치는 안전, 환경은 (양사가) 원활하게 협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사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한국 철강 발전을 위해 협조하고, 대외 통상 이슈에 같이 대처하고, 글로벌하게 협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안 사장이 기자들과 만난 3분여의 짧은 인터뷰의 키워드는 '협력'과 '발전'이었다. 현대제철과 철강산업의 발전 그리고 회사 내부와 포스코와의 협력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사장은 "포스코에서 소임을 다했고,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회사와 한국 철강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안동일 사장을 비롯해 박종성 당진제철소장, 서강현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홍경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정호열 성균관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사의 보수 한도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행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20억원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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