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의 포켓수첩에 적힌 전략은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 참석, 현대차서 옮긴 후 첫 공식행보..감기에도 끝까지 자리지켜
구태우 기자공개 2019-01-11 10:18:08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1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긴 김용환 부회장의 경영 전략은 포켓수첩에 들어있다. 김 부회장은 25년 동안 근무한 현대기아차를 떠나 현대제철의 업무를 파악 중이다. 현대제철 사장 인사부터 실적 개선 방안까지 손바닥 크기의 수첩 속에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김 부회장은 10일 오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은둔형 리더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외부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유명하다. 정몽구 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수행하지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아낀다. 지난해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참여해 방북길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지난 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주재한 그룹 시무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시무식이 끝난 뒤 홀연히 사라졌다. 김 부회장을 외부 행사에서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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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김 부회장이 현대제철을 대표해 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첫 공식 데뷔전을 치뤘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김 부회장은 이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만났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가운데 두고 업계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부회장은 귓속말까지 건네며 환담을 나눴는데, 어떤 대화를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만찬과 축하공연을 포함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김 부회장은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행사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 부회장은 "(철강업계의) 어려운 상황에도 역경을 헤쳐 잘 하리라 믿는다"며 "대한민국 철강 발전을 위하여"라고 말하며 건배사를 했다. 참석자들은 "위하여"라고 화답했다. 김 부회장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국내 철강회사 최고 경영자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다. 원탁형 테이블에는 성 장관과 최 회장을 비롯해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 세아제강 이순형 회장, 동부제철 김창수 사장 등이 앉았다.
김 부회장은 틈틈이 자켓 안주머니에서 포켓수첩을 꺼내 읽었다. 만찬 중간 중간에도 수첩을 꺼내 읽고 집어넣는 모습을 반복했다. 올해 62세인 김 부회장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중요한 현안은 수첩에 직접 적은 뒤 꼼꼼하게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의 메모 습관은 업계에서 알려진 바가 없다. 이날 행사에서 보인 모습을 토대로 보면 메모 습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고 경영자 중에는 메모 습관이 있는 경영인이 많다. 잭 웰치 제네럴 일렉트릭(GE) 전 회장이 그 중 한명이다.
김 부회장의 수첩에는 현대제철 경영과 관련한 주요 내용이 적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부회장은 현대제철 임원들로부터 현안을 보고 받고 있다. 현대제철 신임 사장 인선과 수소차 사업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김 부회장의 생각이 수첩에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강학서 사장이 지난달 고문에 위촉되면서 사장직이 공석인 상태다. 포스코 등 외부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주요 현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답형이었지만 비교적 명쾌하게 답했다. 김 부회장은 "내부 인사인지 외부 인사인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외부 영입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인도 정부의 합작투자 제안 소식에 대해 "투자 제안서를 받은 게 사실이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최근 인도 정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고로 공장을 인도 국영 철강기업과 합작해 짓는 방을 제안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자동차 강판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김 부회장은 각오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현대제철 실적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7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92억원 감소했다. 철강 수요 감소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게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략 및 기획통이었던 만큼 업무파악을 마무리한 뒤 새 경영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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