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주주총회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박재완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두고 주주들의 반대 기류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사추위원이니 셀프 추천이 아니냐"는 주주 질문까지 나왔을 정도다. 결론적으로 박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71.4% 찬성률로 통과됐다. 의결 요건인 찬성률 50%는 훌쩍 넘겼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90% 찬성률 이하로 통과된 삼성전자 주총 안건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극히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업계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전자 주총 직전 시장에 내놓은 발언이 주주들의 연임 반대 여론에 불을 지폈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 주총 직전 "사외이사 후보 추천 이사회 안건 등이 아쉽다"고 일부 언론에 발언했다. 박 사외이사가 삼성 공익법인 소속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점,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은 관련 없다"는 취지 발언을 내놓으며 삼성전자에 도움을 줬었다는 점 등이 김 위원장 발언 근거가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내 4대 사정기관 중 한 곳인 공정위를 이끄는 수장의 문제 제기는 특히 해외 투자자들 의사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보다는 해외 기관의 반대표가 많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 소재 연기금 네 곳이 박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들은 독립성 부족과 과거 위험관리 부족 등을 반대 사유로 들었다. 박 사외이사 신규 선임 당시에는 모두 찬성표를 냈던 곳들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결정을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입장에서 되짚어보면 박 사외이사 연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법한 다양한 사유가 엿보인다. 기본적으로 박 사외이사를 바꿀 만한 명확한 논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해상충 등 문제 때문에 사외이사 후보를 고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최소 연임은 약속하고 사외이사를 모시는 게 일반적"이라며 "불분명한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없는 사외이사를 교체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게 삼성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진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8년 동안 임기를 지킨 이인호 사외이사, 2016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송광수 사외이사를 이번 주총을 거쳐 교체했다. 이 전 사외이사는 지나치게 오랜 기간 근무한 이력, 송 전 사외이사는 김·장 소속으로 이해상충 논란을 샀던 이력 등을 고려해 교체를 결정했다. 6명 사외이사 중 2명을 바꿨다. 김 위원장 발언 전까지만 해도 큰 논란이 없었던 박 사외이사까지 교체하기에는 후보자 풀의 부족 등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었을 듯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그동안 삼성전자 각종 의안에 반대표를 적극 행사해왔고, 또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도입으로 올해 적극적 의사결정을 예고한 국민연금은 박 사외이사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11%를 들고 있어 어떤 기관보다도 의사권이 강한 곳이다. 내부 '의결권행사지침'에 맞춰 볼 때 박 사외이사 연임을 반대할 만한 사유가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의견에 따라 대안도 없이 반대표를 행사하기 보다 합리적 방안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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