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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선출법' 쓰는 에쓰오일…실적 더 좋게 나왔다 [Company Watch]평가기법 따라 유가 반영 속도 차이…모기업 아람코 영향

최은진 기자공개 2019-04-30 08:03:2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재고자산평가에 따라 정유사 실적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에쓰오일(S-Oil)만 경쟁 정유사와 다른 방식의 평가법을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 등 대부분이 재고자산을 총평균법을 활용해 평가하는 반면 에쓰오일만 유일하게 선입선출법을 쓰고 있다. 총평균법은 원유 취득가액을 평균해 재고자산을 평가하지만 선입선출법은 최근 유가변동을 재고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총평균법 대비 유가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에쓰오일은 재고자산의 현재가치 평가 측면에서 총평균법보다 선입선출법이 더 정교하다는 입장이다. 또 모기업인 아람코가 선입선출법을 활용하고 있는만큼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도 설명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영업하는 정유사 중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재고자산을 총평균법을 활용해 평가하는 반면 에쓰오일은 선입선출법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유가가 상승한 데 따른 영향으로 선입선출법을 활용하는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재고자산으로 약 200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계산됐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230억원의 손실을 봤다. 재고자산평가 실적은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며 에쓰오일은 전년대비 6% 오른 2702억원을, SK이노베이션은 54% 감소한 3311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사 실적에서 유가가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과거에는 유가 변동성이 크지 않았던만큼 재고자산평가가 그다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재고자산평가가 실적에 주는 충격 역시 확대됐다. 정유사들은 중동과 미국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유가 변동이 제품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정유사 실적을 가르는 주요 지표가 된다.

정유사는 의무비축 기간 등 법적규제가 있을 뿐 아니라 원유수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규모 재고자산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법적으로 정유사는 국내 에너지 소비의 45일분을 비축해놓을 것을 의무시 하고 있어 당장 필요분 이상의 원유를 구매하게 되고 이는 곧 재고자산이 된다. 더욱이 원유를 수입하는 과정은 선박을 통해 실어오고 하역하는 절차를 거쳐 총 45일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양을 수입하게 된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변동하는 데 따라 이들 재고자산을 취득가격 그대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손실 혹은 이익이 발생한다.

이러한 재고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은 총평균법과 선입선출법 두가지가 있다. 과거 후입선출법도 허용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GS칼텍스가 이를 활용하기도 했으나, 국제회계기준(IFRS)이 총평균법과 선입선출법만 인정하면서 총평균법이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총평균법은 각 재고자산의 총량과 취득가격 등을 총 합산해 평균을 낸 가격을 활용한다. 반면 선입선출법은 먼저 구입한 재고를 먼저 판다는 가정 하에 평가 말에 남아있는 재고는 가장 최근 매입한 원유라고 가정하고 평가한다.

궁극적으로 평가기법에 따라 유가 반영 속도가 달라진다. 총평균법은 기초재고자산의 원가가 기말재고자산의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이를 평균 내 반영하는만큼 최근 가치가 희석된다. 당연히 실적 가변성이 선입선출법 대비 크지 않다. 선입선출법은 재고의 가장 최근 가치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유가 변동이 그대로 전가되는만큼 실적 가변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대다수의 정유사들은 총평균법이 객관적이면서도 실무적으로 적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시장가격과 매입가격 전부를 활용해 가치를 평가하는만큼 조작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경우 모기업인 아람코가 선입선출법을 활용하고 있는만큼 이를 반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람코의 연결재무제표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들과 형식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재고자산의 가치는 현재 유가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만큼 선입선출법이 가장 정교한 재고자산 평가기법이라고도 주장한다.

회계업계와 정유업계서는 총평가법과 선입선출법이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만큼 뭐가 더 합리적이라고 선을 그어 말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재무상태표에 유가가 모두 반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을 제외한 정유사들이 총평균법 혹은 이동평균법을 쓰고 있지만 에쓰오일만 선입선출법을 활용해 재고자산을 평가하고 있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선입선출법은 당장의 유가 변동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만큼 실적 변동성도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총평균법이나 선입선출법이나 궁극적으로 유가가 재무상태표에 결국 반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유사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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