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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에도 에쓰오일은 장밋빛일까 [전환기 맞은 정유업]②재무 부담 가중 속 5조 투자 검토, 올레핀 시설 완공 2023년 이후 시황 중요

박기수 기자공개 2019-04-11 14:31:27

[편집자주]

종합석유화학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정유업체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저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환경' 중심으로 바뀐 세계경제 패러다임에의 적응, 비정유사업 투자 재원 확보, 에너지 산업의 혁명적 시프트(Shift) 시대 준비 등 불확실한 미래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작년말 유가 하락으로 실적 쇼크를 경험할 정도로 외생변수 변화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산업 전환기 기로에 선 정유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9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1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선두 주자인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등급은 A-로 유지). 전기차 배터리와 석유화학 플랜트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위해 재무 보폭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자본적 지출(CAPEX) 예산으로만 약 6조원을 책정했다. LG화학의 작년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5566억원, 총차입금은 5조3211억원이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아무리 국내에서 '초우량'이라고 꼽히는 LG화학이라도 현 재무 상황에서 6조원의 투자가 기존 재무 상태를 흔들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에쓰오일은 LG화학보다 비교적 재무 부담이 높으면서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회사다. 에쓰오일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올레핀 시설 투자에만 두 단계 프로젝트를 거쳐 약 10조원을 쓴다. 첫 프로젝트인 잔사유 고도화 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lefin Downstream Complex·ODC) 건설 프로젝트는 지난해 완료해 11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만 약 4조7890억원을 썼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2단계 프로젝트로 연간 150만 톤의 스팀 크래커와 ODC를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실제 실행될 경우 약 5조원이 들어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에쓰오일의 현재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등급 중에서도 하위권에 있다. 무디스는 Baa2, S&P는 BBB를 부여했다. 전망은 두 신평사 모두 '안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 RUC·ODC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쯤 재무 부담이 우려돼 두 신평사 모두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지만 이내 다시 '안정적' 전망을 회복했다. 작년 5조원 투자(2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다고 밝혔을 때는 5년 전과 다르게 전망을 낮추지 않았다.

신용등급 추이 (국내 국외)

관건은 2단계 프로젝트가 끝나는 2023년 이후에 재무 개선을 이룰 수 있느냐다. 에쓰오일은 지금까지 공격적 투자와 그의 결실로 재무를 회복하는, 성공하는 통상적 기업들의 발자취를 밟아왔다. 다만 이번 투자는 '신의 한 수'로 불려왔던 이전의 두 번의 투자와 규모가 다르다. 이전 투자인 벙커C유 크래킹센터(BCC)와 제2중질유 탈황시설 완공에는 1조3500억원,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에는 1조3000억원이 들었다. 대규모 자금이지만 10조원에 비하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고도화 설비 프로젝트가 끝났던 2002년 말 기준 에쓰오일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58%였다. 차입금의존도는 40%로 전체 자산 중 4할이 외부 차입으로 이뤄졌었다. 그러다 고도화 설비 확충 이후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면서 재무 개선을 이뤄냈다. 2003년과 2004년 에쓰오일은 각각 4235억원, 1조259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부채비율은 2003년 말 193%, 2004년 말 131%까지 떨어졌다. 차입금의존도도 2003년 말 32%에서 2004년 말 26%까지 낮췄다.

이후 온산공장 증설이 완료됐던 2011년 말 에쓰오일의 부채비율은 153%였지만 이후 3년간의 파라자일렌 호황을 누리면서 재무 개선에 힘쓸 수 있었다. 부채비율은 2012년 말 132%로, 2013년 말에는 123%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RUC·ODC 프로젝트가 발표한 이후 에쓰오일의 재무 부담은 다시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2015년 말 부채비율 100%를 기록했던 에쓰오일은 2016년 말 118%, 2017년 말 120%에 이어 지난해 말 147%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2015년 말 33%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작년 말 40%까지 다시 올랐다.

작년 말 기준 에쓰오일의 총차입금은 6조4031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은 7108억원에 그친다. 타당성 검토 중인 5조원짜리 2단계 프로젝트가 실제 진행될 경우 재무 부담이 현 단계에서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RUC·ODC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영업이익이 어느 정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워낙 투자 금액이 커 추가 외부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OIL 재무지표 추이 II

다행인 점은 최근 에쓰오일이 차입 구성을 양질의 장기 차입 위주로 바꿨다는 점이다. 단기차입금은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의 차입금으로 장기차입금보다 이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장기차입금은 만기가 길고 이율도 낮다. 신용등급이 높고 시장의 평가를 좋게 받는 기업들이 장기차입금 위주의 자금 운용 전략을 짠다.

작년 말 기준 에쓰오일의 전체 차입금 중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은 45.89%다. 절반 이상의 차입금이 장기차입금이라는 셈이다. 총차입금이 6조4031억원이지만 이에 대한 이자비용(금융비용)은 723억원에 그친다. 2007년에는 전체 차입금이 모두 단기성 차입금이었다. 당시 총차입금은 1조8750억원으로 작년 말의 3분의 1 수준이었음에도 금융비용은 작년 말보다 2배 이상 높은 1583억원을 기록했었다. 차입 구조를 장기화함으로써 이자 부담을 낮춘 셈이다.

그럼에도 2023년 이후 올레핀 시황은 에쓰오일의 재무 건전성 전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기든 단기든 차입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예고된 일이기 때문에 결국 관건은 두 단계에 걸친 올레핀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둬 재무를 안정시킬수 있는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레핀계 핵심 기초 물질인 에틸렌의 경우 이미 올해 북미 지역에서 5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완공돼 연간 407만톤을 추가로 생산하게 돼 공급과잉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현재 완만한 하향곡선이 예상되지만 다시 호황이 찾아오면 설비를 많이 갖춰놓은 회사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입금 관련 지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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