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3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유니콘과 데카콘을 넘보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지만 제조업계에는 이같은 훈풍이 닿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만난 여러 제조업 기반 벤처기업 대표들은 하나같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헬스케어 장비 업체 대표 A씨는 조기 투자 유치로 한때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시제품 제작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한 초도 물량 생산 자금이 대규모 부채로 돌아오며 이후 개발과 투자유치 발목을 잡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수년째 차량용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해 온 B씨는 제조사에 비우호적인 벤처기업 인증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토바이용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사 대표 C씨는 해외 바이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할 만큼 진척된 사업에도 투자 장벽이 높다고 호소했다.
실제 지난해 벤처 투자액 총 3조4249억원 중 21.8%가 ICT서비스에 풀리는 동안 ICT제조에는 4.3%만 유입됐다. 업사이드 측면에서 잠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제조 기반으론 유일하게 유니콘 반열에 오른 엘앤피코스메틱은 결국 해외에서 동아줄을 찾았다. 2009년 임직원 3명으로 창고 사무실에서 출발해 현재는 1조2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메디힐 마스크팩으로 중국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2015년 4월 중국 레전드캐피탈에서 유치한 300억원이 그 발판이 됐다. 사드 후폭풍으로 자금 조달 필요성이 다시 높아진 지난해 10월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서 400억원을 추가 유치하며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이 자금으로 천연 화장품 브랜드 마녀공장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제조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모펀드 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출자기관의 당근과 채찍 없이 자생적으로 제조업 벤처 붐을 기대하기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게 현실이다. 정책 자금을 중심으로 기준수익률을 낮추면 운용사 모집도 흥행할 수 있다는 해결책도 나온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외면 속에 유니콘의 꿈을 품고 창업에 뛰어드는 용감한 제조업종 기업가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제조업 전용 펀드와 같은 정책 자금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래야 '제2 엘앤피코스메틱'의 동반자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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