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준·오비트, 알에프텍 M&A '밀월'…노림수는 [오너십 시프트]②거래 과정서 500억 조달, 우호지분 31%+투자금 확보
박창현 기자공개 2019-05-10 08:10:31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9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휴대폰 주변기기 업체 '알에프텍'을 인수함과 동시에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영권 인수 거래와 FI 유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 묶음으로 기획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FI 유치를 통해 헬스케어 신사업 진출 재원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알에프텍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제이준코스메틱은 지난해 12월 알에프텍 공동 창업자인 정혁진 부회장으로부터 지분 10.42%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한 달 뒤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먼저 제이준코스메틱 수장인 이진형 대표가 알에프텍 대표 자리도 꿰찼다. 추가로 새로운 사외이사와 감사도 섭외했다. 이를 통해 단숨에 이사회 과반 인원을 확보했다.
또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위해 유관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화장품 사업과 전혀 무관한 알에프텍을 인수한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룡점정은 '사채발행한도 증액'이었다. 새주인은 알에프텍의 사채발행 한도를 2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FI 유치 사전 포석을 깔아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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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올 1월 또 다른 창업자인 차정운 회장 보유 지분도 사오기로 결정했다. 이 거래로 지분 20.28%를 확보, 확고한 1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같은 날 제이준코스메틱은 알에프텍 FI도 유치했다. '경영권 지분 취득 → 이사회 장악 → 정관 변경 → FI 유치'로 이어지는 M&A 플랜이 순차적으로 이뤄진 모양새다.
제이준코스메틱과 손잡은 FI는 '오비트파트너스'다. 오비트파트너스는 티케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티케-오비트 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한 후 알에프텍 전환사채(CB)에 500억원이나 투입했다. 당초 세중인베스트먼트가 최대 출자자였지만 이후 붐플러스로 변경됐다.
오비트파트너스는 2017년 10월 설립된 신기술사업금융사로 '오비트 1호'와 '키움-오비트', '더스퀘어-오비트 1호' 등의 조합을 통해 투자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최대주주는 항공기 정밀 부품 제조 상장사인 '오르비텍'으로 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르비텍 모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아스트'와도 관계사로 얽혀 있다.
투자는 이강록 대표와 전신웅 상무, 김종헌 상무가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교보증권, KTB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대우조선해양 기획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전 상무는 KTB투자증권과 동부증권, 솔로몬투자증권, 넥서스투자에서 투자 실무를 쌓은 정통 IB 뱅커다. 김 상무는 삼일회계법인과 한화인베스트먼트, 두산인프라코어를 거쳐 오비트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FI 유치를 통해 우호 세력 확보와 투자 재원 마련,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오비트파트너스는 CB 투자를 통해 알에프텍 신주 885만여주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는 알에프텍 총 발행 주식의 31.46%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알에프텍 지배력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미행사 CB까지 남아있는 상태라 추가적인 지분율 희석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호 세력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 마련 성과도 이뤄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CB 조달 자금을 신규 사업 투자에 쓸 계획이다. 이미 헬스케어 분야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면서 큰 방향성은 설정해둔 상태다. 제이준코스메틱은 해당 자금을 밑천삼아 향후 FI와 함께 구체적인 사업 실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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