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사망 등기' 정석기업만 안했다 [한진家 상속재산분할]이명희 전 이사장 이사회 참여…조원태 회장과 갈등 가능성
고설봉 기자/ 임경섭 기자공개 2019-05-14 14:21:00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3일 1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망 뒤 신속하게 '대표이사(혹은 사내이사) 조양호 사망' 등기를 낸 가운데 정석기업만 나홀로 등기를 내지 않고 있다. 정석기업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나란히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곳이다. 오너일가 간 상속재산분할을 두고 이견이 있는 가운데 정석기업의 등기 변경 지연이 조 회장과 이 전 이사장 간 이견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13일 현재 정석기업은 사내이사 변경 등기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 이후 한달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변경 등기가 이뤄지지 않으며 의문이 커진다. 이는 여타 한진그룹 계열사와 다른 양상이다. 한진칼을 포함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지난달 19일까지 모두 '대표이사(혹은 사내이사) 조양호 사망' 등기를 완료했다.
상법 635조에 따르면 법인 대표이사(혹은 사내이사) 변경 후 2주 이내 본점 소재지 관할 등기소에 임원에 관한 사항으로 등기해야 한다. 기한 내 등기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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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회장은 정석기업,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한진정보통신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 가운데 정석기업을 제외한 한진칼 등 계열사는 지난달 19일 모두 '조양호 회장 사망' 등기를 완료했다. 다만 대한항공의 경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모두 지난달 8일 퇴임, 진에어의 경우 대표이사만 지난해 5월16일 퇴임 등기를 했다.
이런 가운데 유독 정석기업에서만 '사망' 등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문은 더 커진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오너일가 간 유산 분쟁이 일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사실을 접한 재계 관계자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한데, 유독 한 곳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해당 기업 이사회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석기업은 비상장 법인이고,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은 모두 상장 법인인 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사망' 등기를 완료한 한진정보통신도 비상장 법인이다. 단순히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차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가운데 재계 및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정석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주목한다. 정석기업이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와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이사회 구성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이 전 이사장은 정석기업에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전 이사장은 200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정석기업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 그가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계열사는 없다. 공익법인에서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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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기업이 다른 계열사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오너일가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정석기업은 매출 등 실적 규모 및 지배구조 등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계열사다. 그러나 오너일가의 이사회 집중도가 높았던 이유는 정석기업의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부동산 관리 등을 도맡아 하는 계열사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오너일가의 부동산 개인 자산도 함께 관리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부동산이 집중돼 있고, 또 이를 관리하고 활용하며 사업을 영위한다"며 "또 오너일가의 개인 부동산 자산 등도 정석기업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인지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모두 정석기업 이사회 멤버로 동시에 활동했다. 지난해 '물컵 갑질' 사건으로 조 전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전 계열사에서 직위해제하기 전까지 오너일가가 모두 정석기업 이사회에 소속돼 있었다. 이들의 해임 뒤에는 조양호, 이명희, 조원태 3인은 사내이사로 계속 머물렀다.
또 정석기업은 한진칼, ㈜한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조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였다. 조 전 회장은 정석기업 지분 20.64%를 보유하고 있었다. 형태는 한진칼의 손자회사로 돼 있지만 실제 조 회장의 개인회사로서 기능도 일부 담당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유족 간 지분 상속의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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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조 전 회장 사후에 정석기업은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상속, 지배구조 등을 종합해 볼 때, 한진칼과 비견될 만큼 오너일가 간 지분상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지배구조 상에서 보면, 정석기업은 한진칼의 손자회사 위치에 있어 중요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룹 내 주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이를 관리하는 회사인 만큼 향후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정석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오너일가의 유산 배분에 이견이 불거지면서 '조양호 회장 사망'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전 이사장과 조 회장이 동시에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정석기업 내 이사회도 불발됐을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 간 협의를 이루지 못해 정석기업 이사회가 열리지 못했고, 등기 변경을 위한 관련 서류 제출 등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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