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화이자 따라잡는다는데…데이터 보니 서정진 회장 "2030년까지 40조 투자해 1위 목표"…매출 격차 크지만 이익은 사정권
강인효 기자공개 2019-05-22 08:14:14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1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가 되겠다."셀트리온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은 지난 16일 인천시청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화이자를 언급했다.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와 셀트리온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매출 64조원을 올리는 화이자와 매출 1조원을 이제 막 돌입한 셀트리온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서 회장의 목표는 허황된 듯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엿보인다. 셀트리온은 제로에서 시작해 십여년 만에 1조원 매출까지 올라섰고 2030년까지 매출 3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에선 따라잡지 못하겠지만 이익은 가능하다.
셀트리온이 목표대로 2030년에 매출 30조원을 올리고 현재의 이익률을 유지한다면 화이자에 버금가는 이익을 올릴 수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매출 536억4700만달러(약 64조원)에 영업이익 140억1000만달러(약 16조원)를 거뒀다. 이익률은 26%였다.
반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이익률 34%를 기록했고 한때 50%를 육박한 바 있다. 셀트리온이 매출 30조원에 영업이익률 40%를 달성한다면 12조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하다. 당장 화이자를 넘볼 수야 없지만, 추격은 가능하다.
올해 들어 서 회장은 화이자와 비교하는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이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 매출 3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시판하는 제품 하나당 1조원 이상 팔리면 2030년쯤 됐을 때 매출은 조금 버겁더라도 영업이익은 화이자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매출액의 40% 이상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확충에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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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가 국내와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2013년 2000억원 초반대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14년 4000억원 후반대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16년말과 2017년초에 램시마 후속으로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국내와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2017년 셀트리온 전체 매출도 처음으로 900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영업이익률은 54%에 육박했다. 작년에는 9821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는 기정사실화됐다.
셀트리온은 2017년 2분기 유럽에서 출시한 트룩시마와 2018년 2분기 유럽서 출시된 유방암·위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현지 항암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말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가 집계한 기준에 따르면, 유럽서 램시마는 57%, 트룩시마는 36%, 허쥬마는 1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램시마는 이미 오리지널의약품(레미케이드)을 뛰어넘었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해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트룩시마(11월 28일)와 허쥬마(12월 14일)가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올해부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램시마는 이보다 앞선 2016년 4월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이미 판매 중이다. 램시마는 미국에서는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판매회사가 바로 화이자다.
오리지널의약품보다 값싼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셀트리온 주력 제품 3종(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모두 빠르게 미국 시장에 침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상반기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29.8%)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향 매출 증가와 기저 효과로 인해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64.8%)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매출 1조원씩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2030년까지 최소 12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셀트리온 주력 제품 3종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한다면 매출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화이자, 연매출 60조 거대 공룡…매출 10억달러 넘는 블록버스터만 10개
물론 셀트리온과 화이자의 체급 차이는 크다. 화이자는 연매출만 60조원을 넘는 글로벌 빅파마다. 지난해 700개 의약품을 통해 약 53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화이자는 전체 매출액의 92%가 오리지널의약품에서 발생한다.
화이자는 매출 10억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만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가 가장 많은 매출(2018년 기준)을 거두고 있는 제품은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58억200만달러)'이며, 간질 치료제 '리리카(49억7000만달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이자의 경우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임상 3상 23개, FDA 심사 중인 약물 9개를 포함해 총 193개가 있다"며 "화이자는 의약품 매출 성장을 위해 매년 전체 매출의 14~16%를 R&D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신약 자체 개발을 통한 성장뿐 아니라 기업 인수를 통해서도 외형 성장을 꾀하고 있다. 2015년에는 주사 제제와 바이오시밀러 분야 선도기업인 호스피라(170억달러)를, 이듬해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생제 사업 부문(16억달러)을 비롯해 항암제로 유명한 메디베이션(140억달러)을 인수했다.
다만 화이자는 작년 유럽에 이어 오는 7월 리리카의 미국 특허가 만료되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손실이 10억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구간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이자는 기존 약물의 적응증 확대를 통한 매출액 증대 및 새로 허가를 받는 신약을 통해 이 기간 동안 매년 5% 이상의 외형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선 연구원은 "리리카의 특허 만료로 인한 손실은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작년 매출 41억1800만달러)'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젤잔즈(18억달러)' 등의 매출 증대를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신약후보물질로 꼽힌 희귀심장질환 치료제 '타파미디스(성분명)'는 지난 6일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과 화이자의 격차는 쉽게 극복이 어려워 보인다. 셀트리온이 화이자를 겨냥해 빠른 성장을 하려면 인수합병 시장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정진 회장은 4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원격의료 부문에 대해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원격의료부문에 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다만 셀트리온이 지금까지 보인 성장 속도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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