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파생상품 1조 늘 때 현대중공업 4조 늘었다 수주 늘어 환위험 헤지, 환율 1200원 육박…파생상품 환율 1090원, 환차익 못 볼 듯
구태우 기자공개 2019-05-23 08:34:52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2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의 통화선도 파생상품이 7조원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조선업 업황이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신규 수주가 늘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업은 해외 수주가 많아 환율이 오를 때 매출이 늘어난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는데, 파생상품으로 인해 매출액 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22일 현대중공업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분기 통화선도 파생상품은 60억9361만 달러(한화 7조27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파생상품 규모는 33억2162만 달러(3조969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파생상품 계약건수는 1322건 늘어난 3242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 157억2723만 달러(18조7783억원)를 기록한 후 매년 급감하다 이번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통화선도 파생상품은 같은 기간 11억6404만 달러(1조3908억원) 늘었다.
현대중공업의 파생상품 규모가 커진 건 신규 수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LNG선 중심으로 수주가 늘면서 국내 조선사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은 2017년 9조7147억원을 신규 수주했는데, 지난해 15조6558억원을 신규 수주했다. 1년 동안 신규 수주 규모가 37.9%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의 수주 잔고는 20조5264억원이다. 매년 선박 건조로 10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점을 감안할 때 2년치 일감이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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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파생상품은 수주잔고에 비례해 증가한다. 수주 잔고가 46조9489억원에 달했던 2015년 1분기 파생상품 규모는 157억 달러에 달했다. 이유는 현대중공업의 조선·플랜트 부문 매출은 90% 이상 해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선박 수주 후 인도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은 금융권에서 빌려 쓰고, 선박 인도시 선주로부터 잔금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잔금을 모두 받기까지 장기간 걸려,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선사는 환율이 떨어지면 계약금보다 적게 가져가고, 오르면 많이 가져가는 셈아다.
현대중공업은 해외 수주 때 환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통화선도 파생상품을 사용한다. 통화선도 거래는 미래 일정 시점에 사전 약정된 환율로 통화를 매매할 수 있도록 계약 당사자 간 합의한 거래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는 확정계약의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는 막을 수 있지만, 환율 상승 시 환차익을 상실하게 된다.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이익률을 효과적으로 측정해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 대비 파생상품 비중은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분기 파생상품 비중은 17.4%였는데, 1년 동안 13.7% 포인트 증가한 31.1%를 기록했다. 수주잔고가 늘어나면서 환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파생상품 비중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를 때는 환차익을 얻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 계약 금액은 4억937만 달러다. 현대중공업과 외국환은행이 맺은 파생상품의 선도환율은 1090원, 선박 인도 시점의 현물환율은 12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지난해 12월말 기준 선박 건조 진행률은 50%(환율 1150원)이다. 파생상품을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 환차익은 약 103억원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을 체결했을 경우에는 환차익을 못 얻는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을 통한 환위험 관리가 비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헤지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파생상품에 관한 위험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가치위험회피 회계에서는 확정계약 때 예상되는 파생상품 평가이익을 재무제표에 먼저 반영한다. 파생상품 계약의 평가손실과 평가이익이 상계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당기손익과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 외에는 실제 재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낮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의 파생상품 운영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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