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열전]'미다스의 손' MDM, 미래 먹거리 확보 '착착''한강호텔·정보사부지' 알짜부지 확보…'참신한 아이디어' 강점
신민규 기자공개 2019-06-12 09:30:04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1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DM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문주현 회장이 이끄는 국내 1세대 디벨로퍼다. 부동산 업황 부진 속에도 사업장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설립 이래 분양 성공사를 써가고 있다.업계 오랜 선두주자답게 경기 하강 국면에 대비해 일찌감치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 실속은 챙기되 무리하게 외형 확장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서울 알짜부지를 지속적으로 사들여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미분양 우려 부지, '참신한 아이디어' 분양 완판 기록
MDM은 자본금 5000만원짜리 분양 대행사로 문주현 회장이 1998년 설립했다. 당시 문 회장이 나산그룹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주도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나온 것이 업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기회가 됐다.
분양 노하우를 발판으로 창업한지 10년만에 첫 시행사업에 도전했다. 2007년 금융위기 당시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한 대우월드마크센텀 주상복합단지 프로젝트는 지금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넘쳐나던 시절에 최고급 주상복합단지를 표방하며 중대형 물량으로 고가에 분양한 게 대박이 났다.
당시 개발 부지는 수년간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돌고 돌아 문 회장에게 온 땅이었다. 주변지역과 똑같은 가격에 분양해선 마진이 없다는 판단에 아예 역발상을 택한 게 주효했다.
좋은 자리를 값싸게 사들였다가 참신한 상품으로 내놓는 MDM의 개발 방식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분양 완판에 성공한 광교신도시 더샵레이크시티 부지의 경우 땅이 팔리지 않아 미분양 우려에 시달린 곳이었다. MDM은 해당 부지에 호텔급 부대시설을 제공해 흥행에 성공했다. 식사를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입주민들이 한 곳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게 시장 반응을 이끌었다.
고양삼송지구 역시 과거 오피스텔 미분양 우려로 전전긍긍했던 지역이었다. MDM은 원룸 위주의 오피스텔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아파트 전용면적 수준의 투룸, 쓰리룸을 공급해 분양을 성사시켰다. 대한항공 사원 아파트 부지였던 김해 연지공원 푸르지오 역시 지방 미분양 우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입지 덕에 흥행에 성공했다.
◇정보사 부지 '캠퍼스형 오피스 타운' 구상…외국인 투자자 벌써부터 관심
MDM은 올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진 않을 계획이지만 알짜부지 매입은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 개발 자회사(엠디엠인터내셔널)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스피게로아가 일대의 기존 창고 용지(8645㎡)를 매입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은 MDM과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회사인 거캐피털의 부동산개발 자회사가 각각 8대2로 지분을 태웠다. 향후 '크리에이티브 오피스, 임대아파트, 셀프스토리지' 등으로 개발사업을 공동 시행한다
서울 권역에선 수차례 유찰됐던 서초동 옛 정보사 부지를 9회차에 공매로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MDM은 1조956억원에 매입가격을 써냈다. 부지면적(9만1597.1㎡)을 감안하면 평당 4000만원대로 비싸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 회장은 도시재생과 관련한 국내외 아이디어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지가 테헤란로의 랜드마크급 오피스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인 입지와 연면적을 감안해 수평형 오피스 캠퍼스 타운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녹지가 어우러진 입지에 기업들이 투자매력을 느낄 것이란 예상에서다.
실제 MDM이 사들였다는 소식이 국내외에 전해지면서 업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견기업을 비롯한 바이오벤처 기업이 사옥으로 사용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도 친환경 업무단지에 매력을 보였다. 과거 유찰될 때만 해도 업계가 주거용지 전환에만 몰두하고 오피스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MDM은 서울 광진구 일대 한강관광호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부지 역시 과거 매물로 나왔다가 원매자를 찾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회사는 부지가 넓지 않지만 한강변이 조망되는 지역에 랜드마크급 주거단지를 짓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매출 외형 유지, 분양대금 유입 순항
매출은 보수적인 기조 하에서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신규 사업장은 많지 않았지만 기존 분양한 사업장에서 분양대금이 유입된 덕이다.
MDM은 엠디엠플러스, 한국자산신탁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지난해 매출액이 1조6232억원이었다. 상암택지개발 관련 엠스트림피에브이 지분을 청산을 했음에도 2017년 매출(1조4379억원)보다 늘어났다.
엠디엠플러스를 통해 시행한 고양삼송e편한세상시티가 1, 2, 3차가 모두 분양 호조세를 보인 데다가 중동센트럴파크푸르지오,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등이 매출에 기여했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연결기준 22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문 회장은 "부동산 업황은 정부규제도 있지만 경제 사이클상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상당히 우려스러운 수준에 처해있다"며 "무리한 외형 확장은 지양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디벨로퍼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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