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27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관리신탁 규모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다주택자의 절세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신탁상품이 늘어나는데 신규 부동산신탁사에 본인가를 내줘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부동산 관리신탁 상품은 위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방세법 개정 이후 납세자가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바뀐 점을 역이용했다. 3주택자가 2개의 보유주택을 각각의 신탁사에 맡기면 주인이 3명이 돼 모두 1주택자의 세제를 적용받는 식이다. 3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인별합산 과정에서 2개의 보유주택이 제외된다. 부동산 투기수요 억제에 총력을 다하는 정부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투자업권별로 관리신탁 상품 취급비중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 규제에 따라 상품 비중을 늘린 쪽은 전업 부동산신탁사가 아닌 겸업 신탁사였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관리신탁 규모가 2017년 대비 각각 28%, 70% 늘었다. 전업 부동산신탁사는 같은 기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7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의 증가분이 대부분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중대형 증권사들이 신규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추진중인 점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증권업계에서 공공연하게 꼼수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증권계열 부동산신탁사라고 하지 말란 법이 없다.
금융위원회가 본인가 승인을 준비중인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은 프레젠테이션 당시에도 최대주주인 증권사와 연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종합자산관리라는 표현으로 부동산신탁 인가 당위성을 설명했던 곳도 있었다. 기존 전업 부동산신탁사는 리테일 고객과의 접점이 적은 경우가 많았지만 신규 증권계열 신탁사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겸업 신탁회사 지위 상태에서도 증권사들의 관리신탁 규모가 늘었는데 전업으로 전환하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더욱이 초기에는 차입형 개발신탁 진출이 불가하고 관리신탁과 담보신탁 위주로 영업해야 하는 조건이 달려있다. 당장 고객 네트워크나 수탁 사이즈 증가가 우선시된다면 다주택자를 겨냥한 관리신탁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신규 부동산신탁사에 예비인가 의결 당시 '시장의 메기'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 인가만 받고 시장질서를 흐릴 가능성이 높다면 본인가를 내어주지 않는 게 낫다. 업계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말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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