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코오롱, SKC코오롱PI 동반매각 배경은 '경영권 프리미엄' 차원…SKC 먼저 제안하고 코오롱 수락
최은진 기자공개 2019-07-15 12:24:31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2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합작사인 SKC코오롱PI의 지분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몰린다. SKC코오롱PI는 매년 3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 2차전지 및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에 따라 잠재 성장 매력도가 높이 점쳐지고 있다.업계서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각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 양사가 동시에 지분매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SKC는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이하 KCFT)의 인수대금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업 재편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합작사인 SKC코오롱PI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자금마련을 위한 여러 대안일 뿐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인수 의향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위한 상당부분의 절차가 이미 진행된 셈이다.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2008년 폴리이미드(PI) 필름 제조 및 판매를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다. 당시 가네카·도레이듀폰 등이 과점하고 있는 P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였던 두 회사가 맞손을 잡았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분율을 각각 27.03%씩 동일하게 보유하며 공동경영을 이어나갔다. 주요임원진 자리에도 각사 인력으로 각각 절반씩 채웠다.
경쟁자였던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례적 협업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SKC코오롱PI는 2014년 글로벌 PI 필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스마트폰 시장과 2차전지 시장의 성장 속에 PI 수요가 확대된 데 수혜를 입었다. 설립 초창기 당기순이익이 8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부터는 꾸준히 3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SKC코오롱PI를 불과 10년만에 매각하려는 배경은 급전 마련 때문이다. SKC는 KCFT를 인수하기 위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인수금융으로 7000억원, 자체자금으로 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SKC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매년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한데다 현금성자산도 1000억원에 그쳐,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추가 차입을 하게 되면 부채비율이 200%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된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SKC는 SPC를 세워 KCFT를 인수하고 인수대금 및 이자비용 등을 KCFT에 넘기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러나 당시 딜(Deal) 구조를 짜던 고위관계자는 자금마련의 또 다른 대안이 생기면 SPC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또 다른 대안이 SKC코오롱PI였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C가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먼저 SKC코오롱PI의 공동매각을 제안했다. 합작사인만큼 경영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위해서는 공동매각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업재편과 함께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해 실탄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SKC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은 '섬유명가'로 굳어진 그룹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바이오를 중심으로 신성장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 등을 겪으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오롱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급감으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 따라 SKC코오롱PI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서는 SKC코오롱PI의 매각가를 각각 3500억원씩 총 7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가대비 약 52%의 프리미엄이 가산됐다. SKC코오롱PI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매각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SKC코오롱PI의 매각대금을 후하게 받기 위해서는 공동경영권을 갖고 있는 상대방과 공동 매각을 추진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동반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양자 모두 모두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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