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SCM 점검]SK머티리얼즈, 공급망 수직계열화…日대체는 '글쎄'삼불화질소 세계 점유율 1위…에칭가스 대체 가능성은 낮아
윤필호 기자공개 2019-07-22 07:02:36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9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2015년 OCI로부터 반도체 제조가스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 소재인 특수가스 제조사업의 중심에서 관련 종속기업과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SK머티리얼즈와 자회사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와 산업가스 등을 제조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웨이퍼 공정에 들어가는 세척과 증착에 필요한 가스들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순도 에칭가스 등 일본산 핵심 소재를 대체하는 데엔 제한이 있다. 일본의 고순도 에칭가스와 성격이 달라 사용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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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SK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필수 소재인 특수가스 부문의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SK머티리얼즈의 3개 자회사는 SK그룹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 확보를 수월하도록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다"이라며 "반도체용 산업용 가스 제품을 안정적이고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머티리얼즈 밑으로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에 나서는 주요 3개 자회사인 SK에어가스와 SK트리켐, SK쇼와덴코가 있다. SK에어가스는 SK머티리얼즈가 SK그룹으로 편입되던 해에 인수한 회사로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K에어가스는 산업용, 의료용 가스 등을 제조하며 이는 반도체 공정에서 세정과 물질 합성에 주로 사용된다.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모노실란(SiH4) 등 특수가스를 제조한다. 삼불화질소의 경우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들 제품은 주로 반도체의 기초 소재인 웨이퍼 공정에서 세척과 증착에 활용된다. SK머티리얼즈에서 생산하는 특수가스는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의 그룹 고객사와 삼성전자 등에 공급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에서 3대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에칭(식각)가스를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SK쇼와덴코의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SK머티리얼즈는 일본의 고순도 에칭가스와 성격이 달라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SK쇼와덴코의 제품은 일본 제품보다 순도가 낮아 활용되는 공정 단계가 다르다. 에칭가스의 순도가 높을수록 보다 세밀한 작업에 쓰인다.
SK는 2016년 일본의 소재 전문기업들과 합작을 통해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반도체용 프리커서(precursor)를 생산하는 SK트리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회사인 트리케미칼과 각각 65%, 35%의 지분율로 합작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JV)이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공정에서 여러 화합물을 균일하게 증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소재다.
SK쇼와덴코도 일본의 종합 소재기업인 쇼와덴코(Showa DenkoK.K.)와 공동약정을 세운 법인으로 SK머티리얼즈가 지분 51%, 쇼와덴코는 49%를 각각 보유 중이다. SK쇼와덴코에서 사용하는 에칭가스는 실리콘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 등을 깎아내는데 활용된다. 일본산 에칭가스의 대체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회사는 순도가 낮아 사실상 대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는 아직까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주요 원재료의 대부분을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다. 다만 고객사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에 영향을 받는 간접적인 피해 우려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수입하는 원료는 대체로 일본보다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후방산업이다 보니까 고객사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영향을 받으면 우리도 생산량을 조절할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이번 일본 규제를 계기로 소재 국산화 방안의 검토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솔브레인 등 협력사와 불화수소 샘플 시험에 들어갔다는 구체적인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SK머티리얼즈의 경우 이 같은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일본 규제 사태로 인해 회사 내부에서 소재 국산화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고 불화수소 샘플 작업도 참여한 바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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