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22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역 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메리츠 컨소시엄(롯데건설, STX)이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입찰가로 제시하고도 떨어진 탓에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메리츠 컨소시엄이 이미 공모지침서의 상당부분을 위반했기 때문에 소송전에 돌입하더라도 승산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레일이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승인을 받아오라는 요구도 장기간 받아들이지 않아 공모사업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레일은 이달 9일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우선협상자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차순위협상자로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확정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이번 공모에서 탈락했다.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시엄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을 탈락 근거로 제시했다. 금산법(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메리츠 컨소시엄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분율은 45%(메리츠종합금융 35%, 메리츠화재 10%)에 달해 금융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레일은 지난달 말까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오도록 50일간의 시간을 줬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법률자문을 비롯해 전문가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공모에서 메리츠 컨소시엄을 배제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우선협상자 선정 후 출자회사(SPC) 설립 때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SPC 설립 단계에서 메리츠 금융그룹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모지침서(제30조3항)에 따르면 '사업신청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자 및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은 SPC를 설립하는 경우 동일한 지분율을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지주 계열의 타 경쟁사는 이같은 조건을 감안해 일찌감치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조건만 가지고는 지분율 조정은 다소 무리수에 가깝다. 총 지분을 45%로 유지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을 20% 미만으로 낮추고, 의결권 없는 주식을 25% 이상 발행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무의결권 주식을 상법이 허용하는 최대치(25%)까지 발행해도 의결권 있는 주식은 20%가 되어 결국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추후 의결권 있는 주식을 더 줄인다고 치면 컨소시엄 내 STX의 지분율이 반대로 올라가게 돼 다른 문제를 양산하게 된다.

공모지침서(제11조5항)에는 '사업신청시부터 사업준공시까지 사업주관자 변경이 불가하다'고 적혀 있다. 이밖에 '사업주관자는 컨소시엄 구성원 중 최대지분을 가진 자로서 구성원으로부터 본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자'라고 정해져 있다.

출자회사의 최대주주가 STX로 바뀌게 되면 공모사업 자체의 신뢰도가 실추될 가능성이 있다. STX의 신용도가 경쟁사 대비 낮은 데다가 자본총계 역시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서다.

시장 일각에선 STX가 메리츠 컨소시엄 내 사업주체임에도 낮은 신용도상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된 점이 문제의 발단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정에서 공모지침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을 수 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이번 공모에서 9000억원대의 가격을 적어냈다. 경쟁사들이 제시한 7000억원대 수준을 훌쩍 웃돈다. 경쟁사와 입찰가격 차이가 상당한 편이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번지 일대에 위치한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컨벤션,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강북의 코엑스'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소송과 별개로 사업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우선협상자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