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01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부서에서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화려한 옛 시절이 무색하게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IPO 파트엔 해외 명문대 졸업장, 각종 전문자격증은 물론 특급 스펙을 쌓은 신입 직원이 줄을 이었다.일단 주니어급 인력과 만나보면 입사 전 기대와 국내 IB 현실에 너무 큰 괴리가 있는 듯하다. IPO는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그 최일선에서 창조적 밸류에이션과 기업실사 실무, 거시적 경제 감각, 글로벌 산업 트렌드 등을 익힐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틀에 박힌 업무를 반복해야 한다. 글로벌 IB와 달리 국내 증권사는 IPO에 관여할 수 있는 재량이 지극히 한정돼 있다. 스스로 리스크를 부담하고 과감하게 딜을 수행하는 IB의 본질과 거리감이 있다. 밸류에이션을 비롯한 대다수 업무가 정형화돼 있는 이유다. 계속되는 서류 작업에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IPO 부서의 인력 이탈은 직급을 막론한다. 이제 막 입사한 신참부터 팀장급 고참 IB까지 벤처캐피탈과 자산운용사 등 투자 파트를 기웃거리고 있다. IPO 부서에선 증권신고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으로 격무가 이어지지만 인센티브가 박한 편이다. 대형 증권사 인력도 투자사로 이직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투자 파트(Buy Side)를 선호하는 건 높은 성과보수 때문만은 아니다. IPO에서 증권사 IB는 '을'의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발행사는 깍듯이 모셔야 하는 고객이고 투자 기관을 상대로 세일즈를 벌여야 한다. 상장예비기업이 대기업일 경우 직접 상주하며 수모를 겪기도 한다. 엘리트 IB를 꿈꿔온 이들에겐 차라리 기관투자가가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앞으로 IPO 실무진의 업무는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지정감사인과 별개로 주관사의 회계 감사 의무를 확대했다. 여기에 수사 당국은 '인보사 사태'로 코오롱티슈진의 주관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신약 검증의 책임까지 물을 기세다. IPO 파트의 앞날이 더욱 우울해지는 대목이다.
국내 IPO 부서의 기피 현상을 쉽게 지나치는 건 곤란하다. 기업의 성장 발판인 '투자→회수' 선순환의 고리에서 IPO가 담당하는 임무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향후 IPO 시장을 이끌 인재가 발걸음을 돌리는 건 단지 증권사만 고민해야 할 숙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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