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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XT]"직무상 비위행위, 고객사에 의한 '포로화' 문제"클라우디아 가비오네타 교수, 최근 구조적 차원에서 문제 발생 추세…'경계의 관점' 주목

정미형 기자공개 2019-09-20 15:56:5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0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계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 조직의 업무가 더욱 학제적이고 글로벌화되고, 고객 중심적으로 되어감에 따라 경계의 역할을 둘러싼 부정행위들이 발생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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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가비오네타 교수가 2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9 The NEXT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가비오네타(Claudia Gabbioneta) 영국 뉴캐슬 경영대 교수(사진)는 20일 더벨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 지배구조의 현안'을 주제로 주최한 '2019 더벨 글로벌 컨퍼런스 THE NEXT'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가비오네타 교수는 전문가 집단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전체적인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최근 연구 경향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로 인해 직무상 비위행위 혹은 부정행위(Professional misconduct)가 일어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비오네타 교수는 "그동안 전문가 집단이 부정행위에 관여하는 이유로 그 행위를 자행한 개인에 집중하거나 그 개인을 비윤리적 혹은 불법적인 일을 하도록 몰아가는 조직에 있다고 봤다"며 "개인을 두고 설명하는 것은 '썩은 사과 이론', 조직에서 해석을 찾으려는 것은 '썩은 상자 이론'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 집단이 기업들의 위법행위에 긴밀하게 관여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로는 미국 엔론이나, MCI 월드컴, 영국 칼릴리언 등의 회계 조작 사태가 있다. 특히 미국 에너지 회사인 엔론의 경우 회계 장부를 조작해오며 무리하게 회사를 키워오다 결국 2001년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은 미국 5대 회계 법인 중 하나인 아더앤더슨 역시 영업활동 정지를 당하며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

가비오네타 교수는 이 같은 전문적인 위법행위가 경계의 역할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관할의 경계 △지정학적 경계 △생태학적 경계 등 세 가지 종류의 경계로 정의하며 각각의 경계 문제가 전문가 집단의 부정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할의 경계는 전문가들이 상호 관할의 경계를 다른 영역과 쉽게 중첩되어 넘어갈 때 곧 부정행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가비오네타 교수는 "어떤 회계 법인이 감사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회계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면 감사를 수행함에 있어 덜 엄격하게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경계의 경우 여러 국가에 여러 점포가 있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해당 전문 직종과 관련해 국가마다 다른 규정과 규율이 존재하다 보니 이를 의도적으로 부정행위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비오네타 교수는 이런 경계 문제 중에서도 생태적인 경계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가 집단이 고객사의 포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대기업에 의해 수입의 99%가 결정되는 작은 로펌이 있다고 가정하자"며 "이 로펌 입장에서는 고객사를 잃어서는 안 되는 입장으로 이런 경우 전문가로서의 가치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발표 전문>

최근 엔론이나 월드컴,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악명 높은 사태 때문에 전문인 집단들이 조직을 부정행위에 긴밀히 관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전문가집단의 부정행위라 하는 것은 개인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와 같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집단에 의해 야기된 경우가 많다는 걸 볼 수 있다. 전문직종의 부정이라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태를 넘어서 훨씬 많은 사례가 있다. 언론 기사에 보면 굉장히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다양한 부정들이 벌어지고 있다.

'직무상 비위행위(Professional misconduct)'라는 용어를 정의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불법적인 행위, 법으로 반대하는 행위뿐 아니라 윤리적인 행위를 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비전문적인 행동을 행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대치나 규범을 넘어서는 것이다. 포괄적인 정의를 채택한다 하면 부정사례는 굉장히 다양해진다.

우선 전문가 집단이 대규모 조세회피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있다. 조세회피는 불법은 아니지만 윤리적 관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근 몇 가지 사례가 있으나 조세회피는 기본적으로 몇몇 전문직종이 굉장히 심층적으로 관여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경계성이 모호한 불투명한 기업의 관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기타 관행들도 존재한다. 그 기법을 도입했을 시점에는 관행 자체가 불법이라거나 비윤리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추후에 불법이나 비윤리적이라 판명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면 퇴직자들의 건강보험을 축소하는 것 등의 문제가 여기 포함된다.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노년층에 대한 돌봄의 질이 떨어지는 등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거다. 전문가집단의 부정 사례는 꽤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그 데이터로는 금융산업규제기구에서 나온 숫자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규제기구에 제기가 된 수치는 증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협회에 제기된 징계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제기된 사건의 수치는 1만6천건에 이르는데 굉장히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문 직종에 대한 부정이 확산된 상태라면 그게 왜 일어나고 이걸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질문을 해야 한다.

우선 전문가집단들이 왜 부정행위에 관여하는지 기원을 살펴보겠다. 이어서 전통적인 설명과 실제적인 관행에 대해서도 말하겠다.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제공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개인의 기준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개인은 그 특정 잘못된 행위를 자행한 개인에 집중돼 있다. 이 해석 기법은 특정인이 관여하는 이유가 그 개인이 악인이라고 전제한다. 이 연구를 보면 젊은 회계사나 젊은 변호사가 부정행위를 행할 확률이 높다. 사회화의 과정이 덜된 사람들의 경우 이렇게 직업관련 부정행위에 관여할 확률이 높다. 개인의 사리사욕에 의해 관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개인에 집중된 게 아니라 조직이 특정 개인을 비윤리적 혹은 불법적인 일을 하도록 몰아간다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정렬되어 있지 않다는 게 있다. 조직이 제공하는 유인책과 인센티브가 정렬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특정 조직 문화에 기인한다는 연구도 있다. 부패한 조직문화가 있고 그런 조직 문화 때문에 오히려 불법적인 행위가 유도된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4대 회계 법인이나 거대 로펌들이 평판이 좋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전문 종사자들은 회사가 지시하는 일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지시를 그대로 수행한다는 거다. 그래서 개인을 두고 설명하는 것은 '썩은 사과 이론', 조직에서 해석을 찾으려는 것은 '썩은 상자 이론'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몇몇 연구를 보면 개인이 나빠서 조직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히려 산업단에서 혹은 전체적인 시스템 차원에서의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해서 설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특정 직업군을 분석하고 이 직업군에 종사하는 개개인들은 본인들의 전문가로서의 가치 대신 시장, 재무적인 가치를 더 수호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행위에 관여하게 된다는 이론이 있다.

사회적 자본잠식이라는 개념이 있다. 오늘날 이 전문직 종사자들은 개인적으로 과거만큼 상호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더 고립되어 있고, 그래서 부정행위에 더 관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경계의 역할을 더 면밀하게 분석했다. 우리는 3가지 종류로 경계를 정의했다. 관할과 지정학적 경계, 생태학적 경계로 정의를 내렸다. 이제 각각의 경계라는 것이 부정행위의 존재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겠다.

첫째는 관할의 경계다. 직종 간 경계를 나눠주는 경계다. 변호사가 회계사와 함께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관할의 경계라는 것 때문에 특정 직종으로 하여금 부정을 일으키게 한다. 첫째로 이 경계 자체가 취약할 경우다. 경계가 취약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상호 관할의 경계를 다른 영역과 쉽게 중첩되게 넘어갈 수 있게 된다면 이는 곧 부정행위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감사회사가 있다. 감사도 제공하고 다른 서비스도 제공한다. 몇몇 국가에서는 이를 법률로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감사서비스도 제공하고 다른 서비스도 제공할 경우 감사를 수행함에 있어 덜 엄격하게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의 입맛에 따라 감사를 느슨하게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경계가 취약할 때도 문제가 되지만 강할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관할의 경계가 과도하게 강할 경우, 실제로 종사자들이 경계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다음을 전제하게 된다. 다른 직종이, 다른 직군이 그 업무를 건전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전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말이다. A라는 회계 법인이 모기업의 계정을 감사한다. 그리고 B라는 감사회사가 그 자회사를 감사한다. 이 경우 만약 모기업을 검사한 A법인이 두 번째 감사한 B법인의 것을 확인하지 않게 되면 부정행위 자체가 확산될 수 있다. 두 법인 간의 경계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르말라트 케이스다. 딜로이트가 주 감사법인이었고 그랜트 손턴이 부차적인 회계 법인이었다. 딜로이트와 그랜트 손턴은 교차확인을 하지 않아서 서로의 부정행위를 내버려 둔 꼴이었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 경계다. 지정학적 경계는 여러 국가에 여러 점포가 있는 회사의 경우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직업 관련 부정행위라는 것은 여러 규정과 여러 규율이 존재하다 보니 전문가 직종 사람들이 혼란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전문가들도 어떤 규정이나 규칙이 적용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변호사를 활동하고 있고 독일회사와 일본회사가 행하는 딜에 관여하게 된 경우, 3개국이 관여되어 있어 어떤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규제 차이와 규정의 격차를 조직의 부정행위를 위해서 악용할 수 있다는 거다. 조세피난처에 역외제도를 설치하는 것도 한 예다. 그런 격차를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마지막은 생태적인 경계다. 이런 경계는 여러 직군과 다른 이해 관계자들이 나뉘는 경계다. 이를테면 고객사와 주주 간의 경계 같은 것이다. 이런 경계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고객이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을 때다. 고객사에 의한 포로화다. 전문가 집단이 고객의 포로가 된다는 것이다. 작은 로펌이 있다고 하고 수입의 99%가 대기업에서 제공된다고 가정하자. 로펌 입장에서는 그 고객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이 로펌 입장에서는 전문가로서의 가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상업적인 가치를 우위에 둘 경우 그럴 수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엄청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집단들이 이제는 법인이라 하는 법인격 구조를 가지고 갈 수 있다. 과거에는 파트너십 구조였다. 그러나 이렇게 구조를 바꾸게 되면 전문가 집단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가치의 균형을 깨거나 새로운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이런 논쟁이 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계의 관점은 이렇게 전문가 직종의 부정행위를 전통적인 이론으로 설명하기 부족하다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관점은 전문가 조직의 업무가 학제적이 되어가고 있고 더욱 글로벌화돼 가고 있고, 고객 중심적으로 되어있다는 게 추세라는 것과 관련이 높다. 고객사가 더 두드러진 권한을 가지고 이게 더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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