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베드 만든 우리금융, '스케일업'까지 지원 [금융권 핀테크랩 전략] ②디벨로퍼랩 신설하고 개발 역량 지원, 10월 베트남 진출도 확정
이은솔 기자공개 2019-10-02 15:41:48
[편집자주]
금융권 핀테크랩은 의무에서 전략이 되고 있다. 혁신 기술을 갖춘 핀테크 스타트업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시작했던 핀테크랩은 이제 1세대, 2세대를 넘어 3세대에 들어섰다. 출범 5년차를 맞은 금융권 핀테크랩의 성과와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3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세대 핀테크랩의 등장은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원조의 대상에서 협업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2015년부터 금융사들이 의무사항처럼 하나씩 만들었던 핀테크랩은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색깔을 갖추며 변모해왔다. 5년 사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둘러싼 환경과 기술 수준도 달라진 만큼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우리금융은 지난 4월 핀테크랩을 '디노랩'으로 재단장했다. 디노랩은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Digital Innovation Lab)의 약자로, 기존에 운영하던 위비핀테크랩에 디벨로퍼랩을 신설해 투트랙으로 운영한다. 위비핀테크랩이 1세대 육성 프로그램이었다면 디벨로퍼랩은 변화된 환경에 발맞춘 2세대 핀테크랩이다. 위비핀테크랩은 영등포중앙금융센터에, 디벨로퍼랩은 여의도한화금융센터에 각각 85평 규모의 사무실을 갖추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산하 디지털혁신부에서 담당한다.
|
우리금융은 2016년 8월부터 위비핀테크랩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4기수를 거치며 24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개소 당시에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개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만큼 예비 창업자를 포함한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위비핀테크랩 1기로 선발됐던 한국신용데이터는 현재 120조원 규모 시장의 소상공인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예비 유니콘으로 자리잡았다. AI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는 에이젠글로벌, 위치기반 모바일 인증서비스업체인 엘핀 등도 은행권과 협업 단계에 들어가며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위비핀테크랩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랩을 운영하는 담당부서는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지나며 기업의 필요는 달라지고 있는데 육성 프로그램은 발빠르게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나 금융권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기업에는 지원이 끊기는 게 현실이었다. 우리금융은 초기 스타트업 뿐 아니라 중견 핀테크랩의 스케일업(scale-up)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다.
금융권 최초의 테스트베드 센터인 '디벨로퍼랩'은 이렇게 탄생했다. 테스트베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스템을 뜻한다. 스케일업, 즉 스타트업들의 규모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제 적용 사례를 만드는 작업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자사의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에는 단순 공간 지원이나 컨설팅보다는 직접 기술 검증에 뛰어들고 업무 협약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올해 4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핀테크 기업 10개사를 선정해 디벨로퍼랩 1기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금융은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와 협력해 선정 기업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도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부담 없이 개발을 시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데이터를 투입해 실제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최근 부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중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내세운 곳이 많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블랙박스'라고 불린다. 실제로 구동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알고리즘을 만든다고 해도 바로 적용할 수 없고 데이터를 넣어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많이 돌려보느냐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오픈API를 통해 '페이크 데이터'를 제공한다. 우리금융이 확보한 양질의 금융 데이터를 개인정보는 알아볼 수 없게 가공한 것으로, 데이터로서의 가치는 가지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디벨로퍼랩 선정기업은 페이크 데이터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정교화할 수 있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낸 기업은 우리금융과의 협업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위비핀테크랩 출신인 에이젠글로벌은 인공지능 기반 개인 신용평가 모델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여신 상품 관련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은행과의 업무 협약 경험은 스타트업에 비즈니스 레퍼런스가 될 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 ‘은행의 검증을 받은 곳'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돼 주기도 한다.
올 10월 시작할 디노랩 베트남 하노이 지점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핀테크 기술은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하게 활용 가능한 만큼 해외 진출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높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우리금융은 해외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기업들에게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