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파생상품 고위험감지…"판매 고심중" KB·신한, 상품별 위험등급 분류기준 재논의 등 대응책 마련
손현지 기자공개 2019-10-01 14:26:53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6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은행들도 고객 자산관리(WM)에 대한 방향성을 전면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기존 성과중심의 스탠스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선키로 한 것이다.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초고위험상품으로 분류해도 사실상 법적인 한도 내에서 판매를 허용한 투자상품 유형들도 있다"며 "고객중심에서 봤을 때 DLF 상품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판매창구인 은행이 이를 거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DLF상품 자체가 이익률은 4%로 상한선이 닫혀져 있는데 반해 손실은 무한대. 그는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은 해당 구조가 반대 형태가 되야한다는 논리"라며 "손실과 이익 발생금액이 비대칭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그룹 파생상품 판매…WM 매트릭스와 별도 대응책 고민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고위험상품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새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투자상품별 위험등급을 '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 등으로 분류하는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선제적으로 상품등급 판별 기준을 명확히 한 후 후 어느 등급까지 판매를 허용할 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논의는 관계사인 KB증권과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보통 WM부문이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해서는 계열사별로 온도차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투자상품 판매창구로서의 기능은 동일하지만 은행이 더 '안정' 성향의 고객군이 많은 점을 반영했다.
다만 그룹차원 WM매트릭스 체제 하에서 금융투자상품 판매 리스트를 마련해왔던 은행 입장에서는 마냥 판매금지 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WM그룹 차원에 판매상품 선정 프로세스(Process)에 기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시킬 예정이다. 단순히 고위험상품 판매를 지향하기 보다는 손실가능성 여부 심사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존에는 WM그룹에서 계열사별 판매상품을 선정할 때 '위원회→협의회' 구조로 판매할 상품을 검토했다.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시작해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 전략협의회와 투자전략협의회에 이를 전달하는 프로세스였다. 향후에는 상품 심의 과정 자체를 세밀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품 선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WM상품위원회에서 사전에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 판매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지주차원에서 열리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검열을 하고 계열사의 판매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DLF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이를 주식으로 보는지 채권으로 보는지에 따라 풀옵션 수익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사후 수습에 나선 우리·하나, 고객 수익률 관리 성과 중시
은행권 전반적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내부적인 대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직접적인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판매금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중은행이 판매한 해외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상품(DLF, DLS)의 원금손실 관련 합동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8을 기점으로 은행 상품별로 손실률이 확정돼 점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여부와 함께 상품판매가 얼마나 많이 이뤄졌는지 등이 핵심 점검 포인트다.
금융당국이 먼저 해외금리 연동 파생결합펀드 판매금지를 고려하고 있는 건 후폭풍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원금 손실규모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상품 중 오는 26일 만기인 'KB 독일 국채금리 연계 전문투자형 사모증권 투자신탁 제7호(DLS-파생형)'의 손실률은 무려 98.1%까지 이르렀다. 해당 상품은 총 83억원(48건) 어치가 팔린 것으로 파악됐는데 회수율을 따져보면 1577만원에 그친다. 사실상 전액 손실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문제는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들이 연말까지 줄을 잇는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도래액은 우리은행이 970억원, KEB하나은행은 316억원으로 총 1286억원에 달한다. 독일금리를 포함한 주요국 금리는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급락하고 있다. 8월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빠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리 하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투자 가이드라인을 개편해 초고위험 상품의 투자한도를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 판매는 하되 투자비율을 고객 예금자산 일정 수준 이내로 제한키로 한 것이다. 예컨대 위험등급별로 최소 10%에서 최대 30%까지 상한선을 두는 방식이다.
우리은행도 고객 투자상품 모니터링 조직 신설, 평가제도 개선 등의 대응책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DLF 투자로 손실을 본 소비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으며 이르면 다음 달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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