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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신탁으로 풀어낸 '가문관리' [금융회사 VVIP 비즈니스 분석]10년간 신탁 통한 맞춤형 관리…PB사업·기업영업과도 연계

서정은 기자공개 2019-10-07 1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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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시장 확대에 따라 초고액자산가를 잡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업 영역도 상품에서 법률, 가업승계, 자녀교육·혼사 등으로 확대된 지 오래다. 일부 거부(巨富)들은 직접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기도 한다. 금융회사들이 초고액자산가들, 일명 'VVIP'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그 현황과 각사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2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WM) 사업에서 뚜렷한 특색을 드러내는 하우스다. 일반적인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특화 상품이나 특화 채널외에 KEB하나은행에서만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해왔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바로 신탁이다.

하나은행은 WM 시장의 핵심 화두가 '고령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찌감치 신탁을 공략해왔다. 자산을 다양하게 편입할 수 있고, 목적별로도 상품화가 가능해 WM 서비스에 제격이라는 판단이었다. 장기간 한 우물만 판 덕에 하나은행은 신탁을 통한 WM 사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금융사가 됐다.

◇ 패밀리오피스와 신탁 결합…신탁 컨설턴트 육성 '전문성' 차별화

하나은행이 자산관리의 핵심 방향으로 신탁을 주목한 건 약 10년전이다. 하나은행은 고령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재빠르게 신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당시만해도 신탁법 개정 이전이었는데, 신탁이 상속설계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내놨다. '리빙트러스트'라는 브랜드도 이 때 처음 세상에 나왔다.

하나은행이 신탁을 주목한 건 다양한 활용성 때문이다. 신탁을 통해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이 동산, 부동산, 유가증권 등으로 광범위할 뿐 아니라 본인 사후에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탁은 자산에 대한 결정권을 놓지 않으려는 자산가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상품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2013년이 돼서야 팀 단위로 움직이던 조직을 센터로 확대하고, 신탁을 통한 자산관리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그전까지는 손님들의 상담 요청건수가 미미했는데,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세무사 등 전문가들을 포섭해 진영을 갖춘 뒤 부동산처분·관리신탁, 치매안심심탁, 후견지원신탁 등 상품 라인업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신탁을 통한 상속 및 자산관리 등을 담당하는 조직은 신탁부 내 리빙트러스트센터다. 배정식 센터장을 포함해 PB,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부동산전문역 등 13명이 포진돼있다. 하위 팀으로는 부동산트러스트·리빙트러스트·생활금융트러스트팀·패밀리오피스팀 등으로 업무 영역을 나눴다. 고객들의 목적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신탁 설계가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레 조직도 세분화됐다.

그 덕에 하나은행은 가장 많은 상담건수를 보유한 금융사가 됐다. 리빙트러스트센터가 관리하고 있는 고객 자금만 1조2000억원을 훌쩍 넘길 뿐 아니라 상담건수만해도 지난해 말까지 14만건을 넘었다. 여기에 부동산신탁이 100건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신탁 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해온만큼 전문성 있는 인력 풀도 다른 금융사보다 많은 상황이다. 신탁 컨설턴트를 배출하기 위해 신탁 제도의 기초적인 내용부터 해외시장의 신탁 비즈니스 현황까지 광범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탁 비즈니스가 CEO, 개인자산가들의 재산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와 접목되기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신탁이 PB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하나의 툴로서만 취급받았는데, 고령화에 맞춰 고객의 전 생애를 아우를 수 있는 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신탁부
KEB하나은행 신탁부 및 리빙트러스트센터 관계자들

◇ PB사업·기업영업과도 연계…단순 자문이 아닌 '실행력'으로 차별화

이처럼 신탁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가 점차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 하나은행은 리빙트러스트센터의 존재를 알리고, 신탁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과 일선에 있는 영업점, 그리고 리빙트러스트센터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이 영업점에서 상담을 하면, 이에 대한 신청서를 받고 이에 대한 전 과정을 '리빙트러스트 종합상담시스템'에 기록하는 식이다. 상담 내용을 투명하게 알 수 있을 뿐더러 변호사, 세무사, PB 등 적시에 필요한 인력들이 지원할 수 있어 전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되는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 시스템에 고객들의 상담 내역을 기록하고, 과정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PB들을 대상으로 신탁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온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다른 금융권들과 마찬가지로 승계를 중심으로 한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리빙트러스트 내 패밀리오피스팀이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사업체를 운영하는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상속재산이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재산 종류도 많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다. 중소기업 CEO들일수록 이런 고민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점차 강화해갈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승계에 대한 고민을 해소해 주기 위해 '하나100년 기업승계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업영업과도 연게된 해당 서비스는 가족간 사전 문제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후계자 승계를 지원하고, 기업공개(IPO)와 매각 및 인수 등을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하나은행은 업계 최초로 주식승계신탁이라는 별도의 약관을 만들어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중장기 승계플랜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 CEO들의 기업승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타사와 다른점이 있다면 '실행력'이다. 승계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문이나 지원 업무를 해주는 서비스보다 한단계 더 나간 셈이다. 신탁 계약은 재산권이 은행 등 수탁자에게 이전되기 때문에 계약자가 원하는대로 이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너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승계 이후에도 자녀 세대가 독자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로 축약된다"며 "신탁이 가업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없애고, 자산을 실질적으로 지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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