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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조커, 혹은 망가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코믹스 원작 최초 국제 영화제 대상 수상한 문제작 '조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10-04 14:26:43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4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자낳괴'라는 말이 있다. 386세대들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자식을 낳으면 괴롭다'라고 대답한다는 우스개로 잘 알려진 이 말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상식과 법에서 벗어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자낳괴'의 대표적인 사례들은 흔히 BJ라고 불리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 중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더 많은 구독자들을 끌어 모으고 더 많은 별풍선을 받아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그들 중 일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지탄을 받을수록 더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자낳괴'라는 신조어를 이렇게 자세히 다룬 이유는 현재 가을 극장가에서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 호아킨 피닉스 주연) 때문이다. 설정상 1980년대 초반 인터넷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의 가상도시 고담을 무대로 하는 이 영화는, 조커라는 '자낳괴'가 어떻게 탄생해 반영웅이 되는지를 너무도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극적으로 담아낸 걸작이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음에도 세계적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에 이견을 다는 이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일부 평론가와 미디어에서 이 영화에 대한 매우 불편한 시각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낳괴'로서의 조커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망가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을 다룬 문제작 '조커'
망가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을 다룬 문제작 '조커'

사실 현실의 '자낳괴'는 '괴물'에 방점을 찍고 조롱과 경멸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본주의'에 방점이 찍고 괴물이 탄생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자본주의, 특히 망가진 자본주의에 주목한다. 여기서 '망가진'의 의미는 빈부 격차의 확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붕괴 직전에 이른 상황을 의미한다.

우선 영화 속 도시 고담은 누가 봐도 망가진 자본주의의 정점을 보여주던 1980년대의 뉴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당시 뉴욕은 기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시의 재정이 악화되고 범죄율이 급등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금융업이 회복세에 있기는 했지만, 시의 행정이 정상을 되찾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 줄리아니 시장이 선출된 이후부터였다.

이런 설정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영화는 환경미화원들의 파업으로 쓰레기가 쌓이고 쥐들이 들끓는다는 TV 뉴스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는 1981년에 17일간 실제로 발생했던 뉴욕의 쓰레기 파업 대란(garbage strike)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미국인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며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그런 시대적 설정에 기반을 하고 있으니,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으며, 변변한 직업 없이 광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 분)를 둘러싼 현실은 극히 열악할 수 밖에 없다. 무료로 제공되던 의료 서비스는 중단되고,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도 보호는커녕 실직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진 상태에 놓인 약자 아서를 집단 폭행의 희생자로 만든다. 그 폭행은 아서가 가진 질환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술 취한 젊은이들에 의해 행해진다. 그 젊은이들을 금융업 종사자로 설정한 것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아서가 바로 그 사건을 계기로 조커라는 악당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불편하게 보는 이들은 바로 그 지점, 그러니까 폭력의 희생자가 법으로 대변되는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폭력으로 대응을 하면서 악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총기 난사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폭력을 조장하고 정당화하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이 영화의 상영관에 무장 경찰을 배치하고,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망가진 자본주의의 희생양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촉구하고 있다고 읽는 것이 더 적정해 보인다. 주인공 아서가 상담을 받는 장면마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You don't listen, do you?"

'조커' 보기 전 알아야 할 13가지 총정리: https://www.youtube.com/watch?v=jsmNe7vi5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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