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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정관 변경 통해 '낙하산 회장' 원천 봉쇄 정관 제32조 '기업 경험, 경영실적·기간' 자격 명시…순수 관료 출신 '진입장벽' 될 것

김장환 기자공개 2019-10-25 08:13:5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정관 변경을 통해 차기 회장에 낙하산 인사를 원천 봉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정관을 변경하면서 회장 후보 자격에 '객관적 기업경영 경험 및 기간'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 활동이 없다면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 힘들다. 순수 관료 출신의 소위 낙하산 인사가 회장 후보로 올라서기 힘든 진입 장벽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같은 정관을 잣대로 적용하면 과거 KT 회장을 거쳤던 이석채 전 회장은 후보로 등재도 힘들었다.

24일 KT 정관에 따르면 제33조에 회장의 선임 기준을 상세히 적시해 두고 있다. 주요 사안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한 사내·외 후보자군을 선정 △이사회는 후보자 중 1인을 회장 후보로 선정 주총에 추천 등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제32조 4항 심사기준에 따라 심사한다고 명시돼 있다.

회장 선임 핵심 심사기준으로 거론된 제32조(회장후보심사위원회) 4항은 총 4가지 항목이다. △경영·경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학위 △기업경영 경험을 객관적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 실적과 기간 △기타 최고경영자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정보통신분야 전문 지식과 경험 등이다.

회장 후보 요건으로 기업 경영 경험뿐 아니라 객관적 경영 실적 및 기간을 명시한 만큼 과거처럼 '순수 관료' 출신은 지원 자격이 사실상 제한될 전망이다.

관료 출신으로 KT에서 회장을 맡은 인물은 이석채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1945년생인 이 전 회장은 행시 7회 출신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4년 청와대 비서실 경제비서관을 맡으며 관가에 이름을 알렸다.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린 건 김영삼 정부에서다. 1994년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시작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권에서 경제수석비서관도 맡았다.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09년 3월 이 전 회장이 KT 수장을 맡을 수 있었던 건 정보통신부 장관 이력이 주효했다. ICT 분야는 국가 기간 산업과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정부 발주 사업만 지속해 수주해도 대단위 수익이 가능하다.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KT 내부에도 있다.

하지만 KT 정관상 회장 자격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는 후보로 오르기 힘든 상태가 됐다. 최근 업계에서 거론되는 회장 후보 '롱리스트' 일부 인사들은 사실상 지원 자격이 없는 상태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KT 차기 회장으로 정보통신부에서 요직을 거쳤던 인사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일부는 기업 경력이 풍부하지만 일부는 정통 관료 출신들도 섞여 있다.

KT가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 자격요건을 이처럼 바꾼 건 사내 현직자들의 선출 기회를 높이려는 의도란 해석도 있다. 관료 출신이 차단된다면 현직 인사들이 인터뷰에서 높은 점수를 맡고도 소위 '낙하산' 탓에 후순위로 밀려났던 과거와 같은 사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구성원의 별도 후보자 추천 권한도 배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외보다 사내에서 차기 회장을 뽑을 수 있는 기반을 그만큼 다져둔 상태다.

KT 회장 후보 선출 첫단추를 끼우게 된 지배구조위원회는 다음달 5일까지 사외 후보자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하고 내달 내에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를 꾸리기로 했다. 개별 사외 후보자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등 절차를 벌여야 하고,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별도 심사를 거쳐 최종 이사회에서 내정자를 선정해야 하는 만큼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내 후보의 경우 이미 앞서 인터뷰 등 절차를 실시하고 적정 후보를 추려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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