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을 움직이는 사람들]'정통 하림맨' 천세기 상무, 25년만에 그룹 CFO 우뚝④지주사 전환·경영권 승계·자본시장 거래 주도…김홍국 회장 보좌 '두터운 신임'
박상희 기자공개 2019-12-02 13:29:29
[편집자주]
2015년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대기업으로 우뚝선 그룹이 있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으로 출발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하림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1978년 창립부터 42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하림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없다. 아니, 조직문화를 만들지 말자는 게 하림의 기업문화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 단 한번의 뒷걸음질 없이 앞만 보며 성장해 온 하림그룹을 이끄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8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 거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지분 승계 등 기업 성장 역사의 변곡점마다 필연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는 이들이 있다. 회사의 자금 흐름과 재무 상황에 빠삭한 재무통들이 전면에서 작업을 주도하면서 두각을 나타낸다.하림그룹은 201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굵직한 IPO와 M&A 거래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2세로의 지분 승계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일련의 작업을 물밑에서 조율하면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하림그룹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 불리는 천세기 상무(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승진인사 까다로운 하림그룹서 '초고속 승진'…팬오션, 하림그룹 등기이사 '눈길'
1969년 생인 천 상무는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 주요 임원 가운데 가장 어린 편에 속한다. 1995년 하림 감사실 법무팀으로 입사하면서 하림그룹과 연을 맺었다. 올해로 25년째 하림그룹에 몸담고 있다. M&A를 통해 하림그룹으로 편입된 계열사 출신 임원을 제외하면 하림지주 임원 가운데 유일한 '정통 하림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룹 내 재무전문가로 불리지만 천 상무의 입사 이후 담당 분야는 법무 및 컴플라이언스(준법지원)였다. 원광대학교 경상대(무역학과)를 졸업했는데, 법학을 부전공으로 삼은 이력이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천 상무가 재무 분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8년 하림지주 재경팀 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올해로 12년째 그룹의 재무전문가로 불리고 있다. 천 상무는 2012년부터 하림지주 경영지원팀 팀장을 맡았다. 2014년 이사로 승진하며 하림그룹의 임원이 됐다. 2016년 상무로 승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림그룹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이 유독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 상무가 2년 만에 상무로 진급한 것은 초고속 승진으로 회자된다.
천 상무는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이후 오너인 김홍국 회장을 제외하고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하림그룹 인사이기도 하다. 하림그룹은 2015년 해운회사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독립경영, 자율경영을 보장했다. 김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추성엽 사장이 맡고 있다. 하림지주 대표이사인 김 회장은 팬오션 이외에도 ㈜하림을 비롯해 팜스코, 선진, 엔에스쇼핑, 제일사료 등 주요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회장과 함께 팬오션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가 바로 천 상무다. 다만 팬오션 내 천 상무의 직책은 윤리경영실장이다. 지주에서 재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계열사 독립경영을 보장한 만큼 팬오션의 재무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팬오션 인수 직후부터 최근까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인물로 천 상무를 낙점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5년 입사 이후 김홍국 회장 '근거리 보좌'…소탈한 성격에 마당발
김 회장이 천 상무를 신뢰하는 배경으로는 그가 오래 동안 회장을 보좌해온 시간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림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하림으로 입사한 천 상무는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그리고 재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직급과 직책이 높지 않았던 시절부터 김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림그룹이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2007년 선진, 2008년 팜스코를 인수한 게 계기가 됐다. 그 이전까지는 주요 계열사가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과 사료 전문업체인 제일사료, 그리고 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농수산홈쇼핑(현 엔에스쇼핑) 등에 그쳤다.
㈜하림이 하림그룹 주축이던 시절부터 김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천 상무는 1995년 ㈜하림 감사팀에 입사 이후 약 13년 만인 2008년 그룹 재경팀장으로 발령났다.
천 상무는 샤프한 외모와는 달리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천 상무는 스스로를 '전라도 촌놈' 출신이라 부른다"면서 "보통 자기가 맡고 있는 업무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천 상무는 남의 부서 일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재무통들이 숫자에 집착하는 외골수 기질이 강하다는 편견과 달리 천 상무는 발이 넓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오픈 마인드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림그룹에서 M&A, IPO, 승계 작업 등 자본시장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전담하면서 김 회장에게 현안을 대면 보고하는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김 회장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지만 필요에 따라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2010년 본격화됐다. 2010년 한국썸벧 분할, 2011년 4개 지주사 출범, 2012년 하림홀딩스의 선진지주 흡수합병 및 제일홀딩스의 농수산홀딩스 흡수합병, 2017년 제일홀딩스 상장, 2018년 제일홀딩스의 하림홀딩스 합병 등 일련의 과정을 천 상무가 주도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권 지분 승계와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 약 10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김홍국 회장→한국썸벧판매(올품)→한국썸벧(한국인베스트먼트)→제일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제일홀딩스는 하림홀딩스와 합병했다. 김 회장이 한국썸벧판매 지분을 100% 아들 준영 씨에게 물려주면서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천 상무는 팬오션 인수 등 M&A 거래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천 상무는 M&A 등 자본시장 거래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과 그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밑그림까지 그린 인물"이라면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 중의 한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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