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을 움직이는 사람들]42년 고도성장 비결은 '독립·자율경영'①김홍국 회장 "조직문화 만들지마라"…그룹 공채·로고 없어
박상희 기자공개 2019-11-28 09:16:45
[편집자주]
2015년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대기업으로 우뚝선 그룹이 있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으로 출발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하림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1978년 창립부터 42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하림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없다. 아니, 조직문화를 만들지 말자는 게 하림의 기업문화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 단 한번의 뒷걸음질 없이 앞만 보며 성장해 온 하림그룹을 이끄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은 기업 문화나 조직의 아이덴티티(정체성)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기업 역사가 짧기 때문도 아니고, 그룹 모태인 농축산에 기반한 업태 특성 상 조직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것도 아니다. 김홍국 회장(사진)이 '하림'이란 깃발 아래 조직원을 하나로 묶을수 있는 조직문화가 생겨나길 원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하림 조직문화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하림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정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0개 공시 대상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독특한 곳으로 손꼽힌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농축산분야에서 사업을 일으켜 자산 10조 이상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대부분 대기업이 2~3세대로 경영 승계가 완료됐지만 하림은 여전히 창업자인 김 회장이 일선에서 경영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2016년 공정위 대기업집단 첫 지정…팬오션 인수 계기로 폭풍 성장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규모 11조9000억원으로 대기업집단 32위에 올라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 공시 대상기업집단일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도 지정돼 있다.
국내 산업 생태계가 정체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하림그룹은 창립 이후 뒤로 물러선 적이 없는 '전진의 역사' 만을 써왔다. 지난 20년간 대기업군(자산규모 10조원 이상)에 진입한 중견기업은 3곳(네이버 카카오 하림)에 불과한데 그 중의 한 곳이 바로 하림그룹이다.
나머지 2개 기업이 ICT 업종인데 반해 하림그룹은 농축산업을 모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대기업 가운데 농축산을 모태로 성장한 곳은 하림그룹이 유일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다른 대기업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림그룹 계열사는 58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핵심은 하림그룹의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는 6개 계열사다. 하림그룹은 곡물수송(팬오션)-사료(천하제일사료)-닭고기(㈜하림) 및 돈육(선진, 팜스코)-B2C(NS쇼핑)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농장에서 시작해 식탁에 이르는(farm to table)' 식품사슬을 완성한 셈이다.
하림그룹의 성장은 2015년 팬오션 인수가 기폭제가 됐다. 닭고기 가공업체로 출발한 하림그룹은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4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4조7000억원이었던 자산이 2016년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건 2016년이 처음이다.
◇김홍국 회장, 전문경영인에 주요 계열사 일임…인수합병회사 경영 간섭 無
하림그룹은 올해가 창립 42주년이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기업 역사다. 그럼에도 하림그룹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는 없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태인 닭고기 전문기업인 ㈜하림은 물론 그룹으로 편입된 계열사도 하나같이 통일된 기업문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계열사 별로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계열사 별로 독특한 기업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이를 존중하는 편이라고 한다.
계열사 별 '각개전투' 조직문화는 하림그룹의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김 회장은 1978년 3월 1일 전라북도 익산군에 황등농장을 설립했다. 종계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하림그룹의 출발점이다. 김 회장은 1980년대 정부의 육계유통선진화 사업에 발맞춰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한다. 하림식품은 1988년 육계 계열화 업체로 지정됐고, 김 회장은 본격적인 계열화 사업 전개를 위해 1990년 ㈜하림을 설립했다.
닭고기 전문 기업으로 출발한 하림그룹은 축산, 사료, 해운, 유통 판매, 식품 제조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해 왔다. 2001년 1월 천하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2002년 주원산오리, 2007년 선진, 2008년 팜스코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육계뿐만 아니라 오리와 양돈까지 아우르는 종합 축산업을 영위한다.
하림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역사를 써왔지만 김 회장은 단 한번도 '자기 사람'을 계열사에 심거나 내려 보낸 적이 없다. 팬오션 인수가 대표적이다. 범양상선 때부터 근무했던 팬오션 관계자는 "하림그룹에 인수된 이후 하림그룹 인사가 경영에 간섭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STX그룹에 인수됐을 때는 계열사 자금 조달 등에 동원된 적도 많은데 하림그룹은 철저하게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아직 2세 경영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1957년 생인 김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림그룹=김홍국 회장' 체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 회장의 리더십은 '독불장군' 식과는 거리가 멀다. 독립경영 보장 시스템에 맞춰 계열사 CEO의 재량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42년 역사 하림그룹에서 하림을 대표하는 조직문화가 없는 것은 김홍국 회장이 그걸 원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룹 공채가 없는 것도 각 계열사 별로 독립 경영 체제 안에서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골라 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계열사는 지주사(하림지주)와 모태인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 등에 그친다. 농수산홈쇼핑 사명을 바꿀 당시 '하림'을 넣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김 회장이 재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팬오션을 인수했을 때도 '하림' 단어를 추가하지 않고 이전의 상호명을 그대로 가져갔다. '하림' 로고를 사용하는 곳도 ㈜하림이 유일하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독립경영과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게 김홍국 회장의 경영 원칙"이라면서 "통일된 그룹 로고를 사용하거나 사명에 '하림'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은 이같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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