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인선, 회추위로 넘어간 공…'키맨' 4인방 주목 지배구조위 포함 안된 사외이사 4명, '몰표'시 내정자 변동 불가피
김장환 기자공개 2019-12-17 11:37:4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의 차기 선장을 결정할 공은 이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로 넘어갔다. 회장 선출 첫 단추를 끼우게 됐던 KT 지배구조위원회(지배구조위)는 지난주 회장 후보군 9명의 롱리스트를 추려 회추위에 명단을 넘겼다. KT 회추위는 외부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최종 후보를 결정해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사회가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려 가결되면 황창규 회장 후임이 마침내 결정된다. 아직 세 단계가 남았다.다만 주총을 제외하면 최종 관문은 사실상 이사회가 아닌 회추위가 마지막이라고 봐야 한다. KT 회추위를 이사회와 동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위원 5명을 포함, 이사회 보드멤버 9명 전원이 회추위원이다. 지배구조위 구성원들은 이미 가장 유력한 최종 회장 후보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배구조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외이사 4인방이 KT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를 가릴 '키맨'이 될 수도 있다.
KT 지배구조위는 이번 회장 인선을 위해 역대 처음으로 도입한 기구다. 지난 2017년 황창규 회장 연임을 결정한 인선까지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로 회장 선임 기구가 이원화돼 있었다. KT는 황 회장 의중에 따라 2018년 회장 선출 절차 관련 정관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게 지배구조위다. 포스코의 회장 선출 절차(승계카운슬)를 참고해 도입했다. 외압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만든 제도다.
지난 4월 처음으로 만들어진 지배구조위는 총 5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김대유·김종구·장석권·이강철 사외이사와 김인회 사내이사 5명이 구성원이 됐다. 위원장은 김대유 사외이사가 맡았다.
지배구조위는 구성 직후 현직 회장 후보군 37명에 대한 심층인터뷰 등을 거쳐 지난 10월 외부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 12일 후보군 9명을 선정했고 명단을 회추위에 통보했다. 구현모·김태호·노준형·박윤영·이동면·임헌문·최두환·표현명 후보 등이다.
후보군은 비록 9명이지만 지배구조위가 최종 후보자에 대한 의견은 이미 어느 정도 조율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외부 공모를 한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 면접과 논의를 해왔다. 최종 후보자에 대한 협의 없이 이사회에 그대로 공을 넘겼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특히 지배구조위원 전원이 회추위에도 포함된 상태다. '넥스트 스텝'을 밟기 전 서로 의견 조율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면 최종 회장 후보 결정에 결정적 키를 가질 인물은 지배구조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나머지 4명 사외이사로 볼 여지도 있다. 유희열·성태윤·이계민·임일 사외이사다.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들인지도 그만큼 관심을 끈다.
유 사외이사는 올해 3월 KT 주주총회에서 처음 사외이사를 맡게 된 인물이다. 1947년생(만 72세)으로 전주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지리학 학사, 동 대학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등 과정을 수료했다. 이력으로 치면 '관(官)'에 가깝다.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과학기술부 차관 등을 거쳤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정책기획위 미래전략분과 과학환경위원을 맡았다.
같은 시기 KT로 오게 된 성태윤 사외이사는 정통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1970년생(만 49세)으로 연세대 경제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 하버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등을 수료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 연구위원, 카이스트 경영대학 조교수를 거쳐 연세대 상경대 경제학부 교수(학부장)을 현재 맡고 있다.
임일 사외이사 역시 교수 출신이다. 2017년 3월 황창규 회장 연임이 결정된 주총을 거쳐 KT에 왔다. 1966년생(만 53세)으로 서울대 경영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 등 학위를 수료했다.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를 맡고 있다. 임 사외이사와 같은 시기 KT에 합류한 이계민 사외이사는 언론인이다. 1946년생(73세)으로 경희대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고 한국경제신문에서 주필 겸 편집제작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배구조위에서 최종 후보 1명을 이미 결정하고 명단을 넘겼다고 해도, 이들 4명 사외이사가 다른 인사에게 '몰표'를 주면 KT 최종 회장 내정자도 달라지게 된다. 복수 후보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해 명단을 넘겼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지배구조위가 회추위에 명단을 넘긴 KT 회장 후보가 비록 9명에 달하지만 이미 3명까지 후보를 압축하고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란 말도 있다.
한편 회추위 위원장이 지배구조위에도 포함돼 있던 인사로 정해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김종구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회추위 절차의 객관성을 보다 높이는 듯한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려 했다면 지배구조위에 포함되지 않은 사외이사 중 1명을 위원장을 삼는 게 보다 그럴듯했을 수 있다. 이는 지배구조위에서 회추위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갑작스럽게 이견이 불거져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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