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30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후 순차적으로 도입해 온 매트릭스 조직 체제를 한층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개편한다. KB금융은 해를 거듭하며 지주·은행·증권으로 이어지는 3사 겸직을 안착시키는데 성과를 내왔다. 내년엔 4개부문에 총괄조직을 추가해 그룹 간 시너지와 핵심 역량을 밀접하게 연결시켜 업무 실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7일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병행, 4개부문(개인고객·보험·CIB·자본시장)에 총괄조직을 추가했다. 총괄조직은 사업부문장을 지원사격하며 계열사 간 협업체계를 공고히 하는데 설립취지가 있다. 또 KB금융이 계열사 간 조직력을 끌어올려 경영 안정성을 꾀하기 위한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주도하는 디지털혁신부문엔 이미 총괄조직 체제가 자리잡은 상태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 사업 확장에 기여한 한동환 디지털혁신총괄(CDIO)과 이우열 IT총괄(CITO)이 이번 인사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윤진수 국민은행 데이터전략그룹 전무도 데이터총괄(CDO)로 디지털 사업에 활용될 빅데이터 관리업무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본인의 디지털혁신 의지를 이어나갈 파트너로 허인 행장을 발탁했고, 총괄조직을 통한 유기적인 사업협력이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수익성과 직결되는 다른 사업부문으로도 총괄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안이 이번 인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한 가지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총괄조직이 도입된 사업 부문 수장들은 모두 차기 KB금융 회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허인 디지털혁신부문장 △양종희 보험부문장 △이동철 개인고객부문장 △박정림 자본시장부문장 등이다. 물론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후보 검증은 꾸준히 이뤄져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이미 올 초 조직개편부터 후계자로 회자된 4명의 후보(허인·양종희·이동철·박정림)들은 사업부문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자질과 역량을 평가해 적합한 리더를 뽑겠다는 윤 회장의 전략적 셈법이 담긴 대목이다. 담당 계열사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미리 업무를 경험하고 주도적 역량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윤 회장의 '총괄조직' 도입은 사업부문 중심의 운영체제로 개편해 초저금리 시대에 맞춰 KB금융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동시에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임기 내 회장 후보들의 경영능력을 재차 살펴보고 악화된 사업 환경에서 이들이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매트릭스 조직 체제의 유기적 연결 외 글로벌부문 신설도 새로운 변화다. KB금융은 기존 글로벌전략총괄(CGSO) 조직을 새로 생긴 글로벌부문 산하로 이동시킨다. 특히 이창권 전략총괄(CSO)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초대 글로벌부문장을 겸임하게 된 것도 KB금융이 해외진출에서 예전과 달라진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지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KB금융 인사에서 승진한 인물 3명 중에서 2명이 글로벌부문과 관련 있다는 점도 앞선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창권 전무가 부사장 승진과 더불어 글로벌부문장을 겸임하게 됐고, 조남훈 글로벌전략총괄(CGSO)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최근 들어 KB금융은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수익이 정체된 만큼 그동안 과소평가를 받았던 글로벌사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캄보디아의 프라삭(MDI) 경영권 지분 70%를 한화 약 702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KB국민카드는 11월 인도네시아 캐피탈사 PT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 인수를 결정했다.

신남방국가로 꼽히는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은 국내 1980년대와 금융환경이 닮아있다. 순이자마진(NIM)도 약 5%를 넘을 정도로 이자수익 성장한계에 직면한 국내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수익다변화 차원에서 계열사들의 분산된 글로벌 역량을 하나로 묶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글로벌부문을 신설했다는 설명이다.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경영 패러다임에 발맞춰 기존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정문철 전 국민은행 전략본부장이 ESG그룹 총괄 상무로 승진해, 해당 업무와 KB금융지주 홍보·브랜드 업무를 겸임해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