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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의 진화]'현대차'의 변신…빨라진 정의선 발걸음미디어데이 '이목 집중', 전시도 '흥행'…'완성차 업체→모빌리티 사업자' 자리 매김

라스베이거스(미국)=고설봉 기자공개 2020-01-16 13:04:04

[편집자주]

자동차와 모빌리티가 전자기기와 스마트폰을 밀어내고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주요 전시 아이템이 된 지도 오래다. 4차산업의 주요 물줄기가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는 이견이 없어 보이는 시대다. 국내 다수의 기업이 참석한 '2020 CES' 역시 '이동 수단, 자율 주행, 공유 경제, 전기 구동' 등 모빌리티 기술이 미래 주요산업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제조·금융·건설·IT 등 전 산업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5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각) 세계 기자들의 이목이 '현대자동차 미디어 행사'에 집중됐다. 행사 2시간 전부터 컨퍼런스홀 앞 복도에 기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을 펼쳐들고 자리에 주저앉은 기자들로 복도가 꽉 채워졌다. 행사를 기다리는 내내 현대차가 발표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갔다.

300여명의 기자와 행사 관계자들이 뒤섞인 장내는 소란스러웠다. 다양한 언어로 주고받는 대화가 만들어내는 소음 사이로 사회자가 등장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유명 행사 진행자인 로라 슈워츠(Laura Schwartz)가 건넨 인사말이 짧고 강렬하게 좌중을 파고 들었다. 순간 조용히 행사에 빨려 들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개막식에서도 현대차는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현대차가 전시해 놓은 개인용 비행체(PAV, Private Air Vehicle)와 지상 운송수단(PBV, Purpose Built Vehicle), 허브(Hub, 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보기 위해 수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개관 첫날과 둘째날 방문객 수는 평균 4만5000명을 기록했다. 현대차가 CES에 최초 참가한 2009년 이래 최대 관객수다.

이번 CES에서 현대차그룹은 ‘HYUNDAI’라는 브랜드를 재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내 대표 기업 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며,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면서 단숨에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은 단연 삼성이었다. CES 등 매년 열리는 글로벌 행사에서 삼성은 늘 선두에 서 있었다. ‘SAMSUNG’이라는 브랜드는 그 자체만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충분하다. 이번 CES에서도 이러한 ‘SAMSUNG’의 브랜드 파워는 입증됐다.

하지만 삼성이 이처럼 글로벌 최상위 브랜드 파워를 가진 것은 불과 10년 남짓의 일이다. 1998년 애플이 신호탄을 쏜 스마트폰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든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란 오명을 감수하면서도 사업을 꿋꿋이 키웠다. 발전을 거듭하다 2013년 내놓은 갤럭시S4에서 '역전' 신호탄을 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이 글로벌 시장에서 1위에 오르면서 ‘SAMSUNG’도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상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도 이번 CES를 계기로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확실한 선두권을 형성했다. 모빌리티에 대한 전세계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완성차 회사로서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할 가능성이 큰 하나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발표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모빌리티 비전을 구현할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또 이번 CES에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PAV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현대차 혼자서,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고,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로 발돋움한 우버와 협업한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통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모빌리티 시장이 확대되면 그만큼 상용화 및 보급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컨퍼런스에서 "CES는 시작점에 불과하며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는 그동안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이후, 모빌리티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만 해도 인도의 올라(차량공유), 한국 코드42(모빌리티), 크로아티아 리막(하이퍼 전기차), 이스라엘 엠디고(차량의료), 미국 오로라(자율주행), 미국 앱티브(자율주행) 등과 협업 관계를 맺거나, 지분을 인수하며 기술 확보에 노력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법인을 신설하는 식의 직접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이번 CES에 맞춰 현대차는 미국 LA에 설립한 모빌리티 사업법인 ‘모션 랩(Mocean Lab)’을 한국 기자단에 소개했다. 이 법인은 현대차가 지난해 9월 직접 자본을 출자해 설립했고, 현대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모션 랩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현대차가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면서 완성차 회사로서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 시킨다. 우버 등과 협업을 통해 플랫폼 채널을 확보했지만, 직접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해 주체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모빌리티 산업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한 차례 더 재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하드웨어와소프트웨어 등 모든 면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모빌리티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확대한 것은 물론, 국내 재계에서 모빌리티 혁명 선두주자로 위상 재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디어 컨퍼런스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투자도 많이 하고 있고 좋은 파트너들과 협력도 많이 하고 있는데 더 훌륭한 인력들이 들어와서 사람들에게 더 편하고 고객에게 편한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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