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뒤늦게' 휘말린 신한은행, 대응전략은 불완전판매 vs 사기 격론 조짐…신한은행 억울함 호소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21 08:19:1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16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신한은행도 라임자산운용발 리스크에 뒤늦게 노출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신한은행에서 판매된 펀드 자금을 활용하면서다. 신한은행은 운용역이 마음을 먹고 속이면 운용 내용을 샅샅히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가 불완전판매 이슈를 제기할 조짐도 보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신한은행 "운용자산 실체 파악 사실상 불가능"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과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를 피해간 신한은행의 잠재 리스크가 최근에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는 3월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펀드 설정액 2949억원 중 1200억원에 대한 환매 연장이 예고되면서다. 신한은행은 전체 금액 중 2700억원을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은행을 통해 이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신한은행이 라임자산운용발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조용히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라임 플루토 TF 1호 펀드와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펀드는 무역금융에 투자한다는 점은 같지만 투자 자산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펀드의 경우 매년 KPMG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고 있는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 로디움이 중개하는 무역금융에 투자하기 위해 설정됐다. 또 글로벌 보험사의 상품에 가입해 안정성 보강 장치를 마련했다. 이같은 구조를 취해 중위험에 해당하는 '3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주 상태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부사장)이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펀드 자산 일부를 사모사채 모펀드 라임 플루토 FI D-1호와 라임 플루토 TF 1호 유동성 위기를 막는 데 사용하면서 환매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라임자산운용 내부에서도 이 전 부사장의 직속 조직 외에는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역이 마음을 먹고 속이면 이 과정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신한은행의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 론칭 당시 설명된 내용대로 운용하지 않고 또 이 사실을 제때 고지하지 않은 운용사의 책임"이라며 "오직 고객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vs 판매사 vs 라임, '공방' 시작되나
신한은행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나 고객들이 신한은행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판매사는 펀드를 판매하며 통상 연 50~100bp 수준의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자산관리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에 의존해 온 업계 관행상 투자자들은 이 수수료를 해당 상품 관리와 감시에 대한 대가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환매 연장으로 신한은행은 운용사와 상품 선정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역금융펀드가 손실 없이 환매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손실이 확정될 경우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신한은행에 불완전판매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임자산운용이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펀드 자금을 싱가포르 로디움 중개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안내됐는지, 아니면 사모사채 모펀드 라임 플루토 FI D-1호와 무역금융펀드 라임 플루토 TF 1호를 비롯한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설명됐는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있을 수 있다.
불완전판매 오명을 피하고 싶은 신한은행은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라임자산운용 측 과실을 물어 배상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배상 판결을 받아낸다 해도 라임자산운용은 자기자본 규모가 300억원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한 중소형사다. 이번 환매 연장금액이 1200억원 규모이고 앞서 환매가 중단된 금액까지 감안하면 전액 배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한 투자자들이 라임자산운용을 고소하는 동시에 최악의 경우 신한은행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판매사 측의 불완전판매 이슈를 제기하는 '투트랙' 노선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임사태' 위기 신한금융, 조직·제도 개편으로 극복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려 법적 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조직은 올초 경영지원소비자보호그룹에서 독립한 곳이다. 그룹 내 소비자보호본부를 소비자보호그룹으로 별도 분리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역할과 인력을 늘리고 책임자를 본부장에서 부행장급으로 격상시켜 권한을 강화했다. 현재 소비자보호그룹은 올초 승진한 박현준 부행장보가 이끌고 있다. 박 부행장보는 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올초 부행장보로 승진하며 소비자보호그룹 수장이 됐다.
이같은 조직 개편에는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영업 행태를 조성하자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반영됐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작년 하반기 신한PWM 강남과 강북 프리빌리지센터 핵심역량지표(KPI)에 고객수익률 비중을 30%까지 늘린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투자도 발을 맞췄다. '고객 바로알기(Know Your Customer)'에 초점을 맞춰 임직원 평가 기준을 손질했고 상품감리팀을 신설해 사후관리 기능을 보강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개편된 조직과 제도를 활용해 금융상품 리스크를 최소화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발생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파생결합증권(DLS)' 편입 특정금전신탁 환매 중단과 이번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펀드 일부 금액 환매 연기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고객 중심 영업 환경을 구축해 유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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