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8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명 짓기는 참 쉽지 않다. 좋은 이름을 찾으려고 고민할수록 어려워진다. 때로는 의외의 이름이 통하기도 한다. 창업을 고민하던 스티브 잡스는 당시 과일만으로 식단을 꾸렸다. 사과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애플'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그는 훗날 "재밌으면서 생기가 느껴지고 위협적인 느낌이 없다. 컴퓨터의 딱딱한 느낌을 지워준다"며 작명의 배경을 밝혔다. 스티브 잡스 전기에도 나온 유명한 '애플'의 탄생 스토리다.지난해 애플은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연속3년 글로벌 1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 가치는 약 211조원(1632억4000만유로)에 이른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당연하다. 여기에 '사명'이 주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카카오도 비슷하다. 김범수 의장은 2007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I.W.I. LAB)'을 세웠다. 'Innovation With Internet'의 약자지만 와닿지 않았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등극하자 지체없이 사명을 카카오로 바꿨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라는 이름의 친숙하고 말랑한 느낌이 IT의 차가운 이미지를 가려준다"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였다.
카카오는 최근 1년간 브랜드 가치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2018년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26.5% 늘어난 1조118억원이었다.
구글은 수학 용어인 구골(googol·10의 100제곱)의 철자를 응용해 만들었다. 1911년 세워진 미국 IBM은 '국제 사무 기계(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의 약자다. 출생의 비밀과 상관없이 지금은 두 회사 모두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최근 SK그룹에 사명(社名)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사명에 회사의 지향점과 가치를 담겠다는 이유로 전사적 사명 변경을 주문했다. 박정호 대표는 사명에서 텔레콤을 떼겠다며 'SK하이퍼커넥트'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이를 두고 "무슨 일을 하는 회산지 모르겠는데"라는 내부 반응도 있다. 물론 예시일 뿐 SK텔레콤 새 사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의 사명 바꾸기는 최 회장이 말한 딥체인지의 일환이다. SK는 최근 일하는 방식부터 사업 방향, 모델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추구 등 새로운 사업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SK가, SK텔레콤이 멋진 사명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본다. 그에 걸맞은 사업 경쟁력도 당부한다. 새로운 사명으로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다시 한번 걸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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