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7월 말 가진 인터뷰. 속상해 하던 이영민 세경하이테크 대표의 표정이 생생하다. 기업공개(IPO) 최대 관문인 기관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세경하이테크는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0.71대 1에 그쳤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하단인 4만6000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3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가격이 싸진 덕에 일반청약은 흥행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가까스로 미매각을 피했다.
당시 이 대표는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일반청약 이후엔 일주일간 소위 '멘붕(멘탈 붕괴)'에 빠져있었다. 마음을 추스린 끝에 인터뷰에 나섰다. 사실 기업홍보가 필요한 골든타임(수요예측 직전)이 지난 시점이라 인터뷰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선 건 구주주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공모가가 상장 직전 장외 가격(6만원대 후반)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금회수(엑시트) 기회를 주지 못했다. 이 대표는 IR(투자자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자책했다.
회사는 훌륭했다. 데코필름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글로벌 톱5 안에 드는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고객사였다. 무엇보다 지금은 '핫'한 섹터로 부상한 폴더블폰용 필름 납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IPO에선 변동성 높은 부품주 정도로 평가 절하됐다.
이 대표는 상장을 강행했다. 비록 바닥권으로 입성했지만 수년 내 코스닥 100위를 거쳐 50위 안까지 들어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했다. 활발한 IR도 다짐했다.
약 반년이 지난 현재. 거짓말처럼 약속이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공모가 기준 세경하이테크 시가총액은 2050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장에서 270위권 정도 되는 순위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그런데 이달 28일 장 마감가 기준 시가총액은 4028억원, 순위는 112위다. 회사 가치는 두 배, 순위는 160계단 정도 뛰었다. 공모주 투자자의 경우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아마 지난해 상장한 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시가총액이 상승한 기업이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시기 상장한 기업들은 각종 대외변수로 인해 대다수가 공모가 방어도 쉽지 않았다. 놀랄만한 성과다. 속사정을 알기에 더욱 추켜 세워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절절함이 통했다. 세경하이테크의 또 다른 반년, 5년, 10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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