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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현아 대응' 준비 한진그룹, 입장 선회 배경은공식 대응 자제 결정, '여론+주주친화정책' 고려한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04 09:35:3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16: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그룹 등 세 주주의 공동행동에 대해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해 눈길을 끈다. 당초 한진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공식입장을 내려고 준비했으나 돌연 무대응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그룹 안팎의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단순히 짧게 입장을 내는데 그치지 않고 주주친화정책이나 그룹 개편방안 등을 고심해 정식으로 발표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은 3일 오후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그룹 등 ‘3자 연대’의 공동입장문에 대해 별도의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자 연대 관련해) 따로 공식입장이 나가는 건 없다”고 말했다.

당초 한진그룹은 3~4일 중 공식입장을 내고 대응에 나서겠단 계획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주 초 중 입장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안내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주말 내내 관계자 회의를 통해 공식입장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가 이날 정오께를 기점으로 대응 자체를 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최근 그룹 안팎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판이하게 다른만큼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거란 분석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한진그룹과 경영권 이슈를 놓고 대척점에 서 있는 KCGI와 손을 잡고 자신의 경영 복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한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조 전 부사장이 돌아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이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사모펀드랑 손을 잡는다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반면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대표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대응을 위한 전세기 투입을 진두지휘하면서 긍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의 무사 귀국을 지원하는데 대한항공이 앞장섰다는 사실이 퍼지며 조 회장에 대한 여론도 덩달아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긴급한 순간엔 대한항공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전세기 투입을 계기로 대한항공은 물론 조 회장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진그룹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건 단순히 짧은 입장문을 내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구체화된 주주친화정책이나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등을 내놓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달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확실시된 것은 물론이고, 조 회장이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개편 방안 등을 내놓기 위해 좀 더 고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주말 내내 공식입장을 준비했으나 결국 안내는 쪽으로 정리를 한 것 같다”며 "일단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주주친화정책이나 그룹 개편안 등을 준비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번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에 반기를 들고 나섰을 때의 대응과도 차이가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23일 오전 10시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날 오후 3시 곧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이례적으로 불과 5시간 만에 빠른 진화에 나선 셈이다.

당시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문제제기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해사행위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추후 '크리스마스 사건'이 발생하며 오너일가간 갈등이 외부에 노출되는 등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불필요한 대응 자체를 자제하자는 교훈을 한진그룹에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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