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ESG채권 '글로벌 수준'으로 들여다본다 사전검증부터 사후관리까지 인증…무디스와 노하우 공유
이지혜 기자공개 2020-02-14 14:23:2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신용평가가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채권 인증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구체적 계획을 내놨다. ESG채권 인증사업은 기존의 신용평가와 완전히 별개의 개념이다. 관련 카테고리도 홈페이지에 새로 만들 예정이다. 사업의 밑그림은 완성됐고 2월 말부터 투자자 및 관계자들과 만나며 세부안을 조율할 계획이다.한국신용평가의 최대 강점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협력이다. 무디스는 현재 미국, 유럽, 중국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ESG 관련 사업 확대를 전사적 우선과제로 내걸었다. 한국신용평가는 무디스와 적극 협력해 ESG채권 인증의 방법론 등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방법론을 조만간 발표한다.
◇기업 신용평가와 별도, 5단계로 평가
한국신용평가의 ESG채권 인증사업은 기존의 기업 신용평가와 다르다. 기업 신용평가에도 각 기업의 ESG이슈를 반영해 서술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의 계열위험, 사업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ESG요소를 분석하는 것이 중심이다.
평가 기준은 다섯가지다. △자금조달의 용도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절차 △자금조달 관리 △외부 공시 △환경관련 활동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채권에 다섯 가지의 등급부호 중 하나를 부여하고 사유를 리포트로 발표한다. 예컨대 그린본드의 경우 조달된 자금을 환경문제 해결사업에 투입해 사용했는지에 따라 KGB(가칭)1~KGB5의 등급이 부여된다. 소셜본드 등급부호는 KSB1~KSB5로 구성된다. 이는 무디스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방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월 말부터 발행사, 투자자, 정부 유관부처를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지금은 ‘ESG채권과 GBA를 중심으로 하는 외부평가제도 도입’을 주제로 스페셜리포트를 발표해 시장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11일 1회 리포트인 'ESG채권시장의 성장과 외부평가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발표했고 조만간 2회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본 ESG채권의 외부평가‘, 3회 ’KIS의 평가방법론 소개‘도 낸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ESG 인증 대상을 채권 외의 영역으로도 넓힐 계획이다. 예컨대 기업어음(CP)이 ESG 목적으로 발행된다면 ESG CP로 인증하겠다는 것이다. ABS(자산담보부증권), 론, 신탁수익권, PF 등도 마찬가지다.
◇사전검증부터 사후관리까지, 삼정KPMG 아성 흔들까
한국신용평가는 ESG채권의 사전검증부터 사후관리까지 인증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SG채권은 일반 공모채와 달리 발행 전 사전 검증작업을 거쳐야 한다. 국제자본시장협의회가 ESG채권 발행 전, 자금 사용목적이 취지에 부합한지 등을 외부기관에서 검증받아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 ESG채권은 발행된 뒤에도 조달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발행일로부터 1년마다 사후보고가 담긴 안내문을 내야 한다. 현재 원화 ESG채권 발행사들은 대부분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란에 관련 카테고리를 두고 사후보고가 담긴 투자자 안내문을 올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단순히 해당 채권이 ESG채권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해주는 단계를 넘어설 것”이라며 “자금사용목적이 ESG채권에 맞는지, 자금 사용계획과 조달방법에 현실성이 있는지, 발행 이후에도 사용목적에 맞게 자금을 집행해 운용하고 있는지까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삼정KPMG의 아성을 흔들 수도 있다. 그동안 원화 ESG채권의 사전검증은 대부분 삼정KPMG가 도맡아 진행해왔다. 정부 및 기업들과 기후변화 관련 스터디를 진행하며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소수의 발행사만이 EY한영이나 해외 기관에 사전검증을 의뢰했다.
ESG채권의 사후보고가 담긴 투자자 안내문은 자금이 집행될 때까지만 발행됐다. 이때문에 발행 직후 자금이 곧바로 집행된 원화 ESG채권은 투자자 안내문이 나오지 않아 운용현황에 대해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부분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수익성보다 시장 선점에 집중…‘드림팀’ 구성 완료
한국신용평가는 수익성보다 ESG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ESG 관련 요소가 본업인 기업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뜻을 맞추는 것이다.
무디스는 ESG 분석능력을 선제적으로 습득해야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바라본다. 2018년부터 ESG채권 인증 등 관련사업을 추진했으며 2019년부터는 그룹사가 관련 사업을 진행하도록 독려했다. 미국, 중국, 유럽에서 ESG 분석 관련 기업을 인수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당장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을 선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김형수 이사를 중심으로 ESG채권 인증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김 이사는 현재 PF평가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ESG채권 인증사업이 하반기 본격화하면 태스크포스팀은 PF평가본부에 편입된다.
이밖에 김병진 금융공공RM본부 센터장과 윤태림 PF평가본부 팀장, 이상은 경영관리본부 사원이 팀원으로서 김 이사와 합을 맞추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자산운용사 근무경력이 있다. 또 한국신용평가에서 금융기관, 공기업 신용평가 RM을 가장 오래 맡아 국내 채권시장 주체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아뒀다. 윤 팀장은 PF평가본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며 ESG인증 평가실무에 대해서도 가장 밝다. 이 사원은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주주사인 무디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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