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맞는걸까. 오너가 있는 기업과 달리 은행의 최대주주는 경영에 가담하지 않기에 내내 궁금했다.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리며 책임은 최고경영자(CEO)에 있다는 점을 공고히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취재원이 말한, 은행의 본질에 기반한 원론적인 근거가 와닿았다."은행 감독업무의 기본 원칙은 주주외에도 예금자와 채권자까지 염두에 둔다는 점이다." 은행은 주주, 채권자, 예금자 3자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기관이다. 삼박자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실상은 주주의 이익에 치중해 수익을 내기 급급했다는 판단이다. DLF사태는 은행이 예금자를 상대로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파생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고였다.
더욱이 내부통제 부실만으로도 금감원이 CEO를 징계한 것에 대해선 '관치'논란이 여전하다. 사실상 해외사례에 빗대어 보면 이상할게 없는데도 말이다.
영국과 미국의 감독당국은 은행 CEO선정 과정부터 개입한다. 윤리·도덕성까지 감안한 철저한 사전 적격성 심사(Fit&Proper Test)를 진행한다. 이렇게 임명한 CEO 운영체제에서 내부통제 등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또한 CEO 단 한명에게만 지우고 징계를 내린다. 또는 상당한 수준의 '기관'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면 주주들이 손실을 야기한 CEO에 책임을 묻는다.
이는 내부통제 사고를 인적측면과 결부시킨 결과다. 해외 다수의 은행장들은 '운영리스크위원회'를 주재하고 손실이 우려되는 상품에 대해선 제동을 건다. 즉 행장의 판단으로 내부통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당국의 감독 방향에서 금융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CEO선임에 관여하고 견제하는 논리엔 일리가 있다.
반면 국내 금융사는 사정이 다르다. 은행장이 파생상품을 심의·승인 결정하지 않으니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당국이 책임을 물으면 되레 막강한 자본력으로 맞선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당국의 DLF제재심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각각 7곳, 5곳이나 대동했다. 더욱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중징계에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LF 사태엔 분명 금감원의 감독부실 책임도 있다. 이를 간과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이번 CEO중징계가 금융투자상품 시장 발전을 위한 의미있는 '경종'이라는 점도 짚고 싶다. 뭐든 급속도로 발전하면 제동이 걸리기 마련이다. 은행들이 제대로 된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에 파생상품 라인업이 대폭 확대됐다. 국내에 은행 제도가 도입된 지 50년이 됐지만 내부통제에 대한 관심이 요즘 만큼 부각된 건 처음이다. 그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금감원이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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