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애널 출신이 이끄는 바이오텍 재무전략은 박현성 이사, 한기평·신라젠 거쳐 2년만에 500억 펀딩…"메자닌 조달, 여전히 유효"
민경문 기자공개 2020-02-18 08:11:5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국내에서 신설되는 제약바이오업체는 수십여 곳에 달한다. 이는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우수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둘러싼 구인난도 치열해졌다. 회계법인 실사 M&A 담당자, 증권사 IB 임직원 등이 바이오업계로 뛰어드는 이유다. 그 중에는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 출신도 있다. ‘바이오’와 ‘크레딧’이 대척점에 서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루닛(Lunit) 박현성 이사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이라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던 주니어 시절인 2013년 신라젠에 합류했다. 신평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로 옮긴 것만으로도 상당한 베팅이었다.
박 이사는 2018년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진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기기 업체로의 이직이었다. 1984년생 나이에 CFO 직함도 받았다. 30대 임원이 주축이라는 점은 여타 AI 바이오텍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매출보다는 투자로 운영하는 단계의 회사인 만큼 ‘생존과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그다. 재무적으로 탄탄한 한기평과는 분명 대비된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오’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신라젠과 루닛은 비슷한 재무전략을 가진다. 기본적으로 음(-)의 영업현금흐름을 양(+)의 재무현금흐름으로 메워주는 구조다. 경영권 안정을 위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발행가능 주식 수 내에서 효율적인 투자 유치와 유의미한 사업개발을 시도해 나가야 한다. 영업현금흐름이나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한계다.
최근 바이오업체들의 전환사채(CB)가 논란이 되긴 했지만 메자닌은 여전히 바이오텍들의 조달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박 이사는 “재무적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순수 에퀴티(Equity)보다는 메자닌 조달이 선택가능한 대안”이라며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투자자의 위험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 전후로 루닛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가 합류한 2018년 5월만해도 회사는 현금 부족에 직면하고 있었다. 보유현금(20억원)은 3~4개월밖에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달 여만에 127억원을 조달하고 시리즈 B(66억원)과 시리즈 C(300억원) 등의 펀딩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루닛 창립 이후 총 588억원의 자금을 받았는데 그 중 상당액을 지난 2년간 조달한 셈이다. 회사로선 향후 최대 30개월 정도의 여윳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말 이뤄진 시리즈C 펀딩의 경우 난관도 적지 않았다. 브렉시트(Brexit), 미중 무역분쟁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국내에서는 라임 사태 등으로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었다. 박 이사는 “시리즈 C에서는 이전 단계보다 회사 가치에 대한 검증이 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져야만 했다”며 “특히 상업화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입증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고 결과적으로 목표금액을 초과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금은 현지인력 채용 등을 포함한 해외 사업 확장과 연구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루닛인사이트(Lunit INSIGHT) 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 치료 예측 소프트웨어인 루닛스코프(Lunit SCOPE) 개발에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잔여 자금은 안정성과 유동성에 초점을 둔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박 이사는 “투자금은 영업활동과 달리 매년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아니기 때문에 보수적 운용이 불가피하다”며 “자금의 사용목적 상 ‘대여’나 ‘지분 투자’와 같은 목적의 사용은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예금상품 위주의 운용방식을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루닛은 내년 정도로 예상되는 상장 작업을 위해 일단 매출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박 이사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에서 Lunit INSIGHT를 상업용 및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는 해외 매출 발생의 원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생산/판매망을 가진 글로벌 회사와의 파트너십 구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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