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다채로워진 자본조달 포트폴리오 금리하락기 Tier2 발행전략 흥행...선제적 자본비율 관리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24 13:37:1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순위채(4000억원)발행을 통해 KB금융지주의 자본조달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채로워졌다. 후순위채 발행이 처음인데도 시장을 간파한 치밀한 전략에 힘입어 기관투자자의 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10년 만기 가산금리는 '국고채 10년+60bp', 15년 만기 스프레드는 '국고채 10년+65bp' 수준이다. 금융지주 역대 최저 스프레드(spread)다. 특히 수요예측에서 모집 예정 금액의 약 2.2배(6600억원)에 달하는 응찰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당초 발행계획 물량(3000억원)보다도 1000억원 추가된 금액인 4000억원을 찍었다.
KB금융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이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며 "더욱이 시장상황도 우호적이지 않았는데 채권금리 하락 폭도 예상보다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급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발행시기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발행시장에서 연초에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집행이 몰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2월 타 금융지주나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계획이 없었던 점도 호재였다. 꾸준한 시장조사를 통해 수립한 전략이었다.
사실상 보완자본(Tier2)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는 채권금리가 낮을 때 기관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은 없다. 기본자본(Tier1)으로 반영되는 신종자본증권 보다도 금리가 낮게 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달 코스트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KB금융은 기관투자자들과의 잦은 소통으로 우수한 크레딧(Credit)에 대한 신뢰를 다져왔고, 시기 적절한 발행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계열 최초로 후순위채권에 15년 만기물도 적절히 섞은 점도 눈길을 끈다. 10년물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인데 장기물에 대한 수요도 반영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당장의 채권발행 목적이 아니라도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IR활동에 주력해왔다"며 "소통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던 점이 이번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지주는 그간 후순위채 발행에 소극적이었다. 후순위채 대신 작년 신종자본증권(4000억원)을 찍어 Tier1을 제고한 게 다였다. 후순위채는 자기자본비율을 올릴 수 있으나, 보안자본으로 분류된다. 보완자본 확충을 통해 BIS 총자본비율을 제고할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 작년 30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을 한 차례 발행한 적이 있지만 지주는 처음이다. 조건부 자본증권은 부실기관 지정 등 유사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으로 보완자본으로 편입된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발행이력이 미미했다. 신한금융지주가 2012년부터 작년까지 총 18차례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점과 대비된다. 우리금융지주도 작년에만 3차례에 걸쳐 후순위채를 조달한 바 있다.
KB지주는 비교적 보완자본 확충 필요성이 적었다. 지주 창립 이래 후순위채 발행 전례가 없어 새로운 바젤 규제도입에 따른 후순위성 자본인정감소 요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됐다. 바젤Ⅲ 체제 하에서는 2013년 11월 이전에 발행된 후순위채 중 잔존 만기 5년 이내인 후순위채는 매년 발행금액의 20%씩 보완자본에서 차감된다.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100%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그 외 총자기자본비율도 우수한 수준이었다. 작년 말 잠정기준 그룹 BIS비율은 14.48%,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59%, Tier1은 13.87%로 예상된다. 당장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글로벌 영업 확대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강차원에서 선제적인 자본비율 관리를 이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은 캄보디아 MDI인 프라삭 지분(70%) 인수에 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자회사 출자여력 확대 필요성도 커졌다. KB금융은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필수요건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보험 실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KB지주의 자본조달 포트폴리오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그간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쏠린 편이라 자본구조를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다. BIS자기자본비율은 16bp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말 잠정기준 14.48%에서 발행 후 14.64%로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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