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 젊은피 권광석 은행장, 특급 소방수 '중책'②광범위한 네트워크·위기 관리 능력 '출중'...세대교체 통한 쇄신 기대
이장준 기자공개 2020-03-11 11:15:32
[편집자주]
우리금융에는 위기극복 DNA가 있다고 말한다.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과 관치 외풍, 지주사 해체와 재출범, 채용비리 사태로 빚어진 경영 공백, 최근 DLF 사태까지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진 인재들이 바로 우리금융 위기극복 DNA의 핵심이다. 이곳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 넘어 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휴면계좌 비밀번호 도용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까지 우리은행에 악재가 겹쳤다. 우리금융그룹은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권광석 카드를 꺼냈다. '난세(難世)'에 수장을 맡긴 건 현 상황에서 그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의미로 비친다.은행을 잠시 벗어난 동안 보여준 역량도 만만치 않다.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 시절 MG손해보험 자본확충, 블라인드펀드 출자 등 숙원사업을 풀어냈다. 그런 그가 위기의 우리은행에서도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내부통제·소비자보호 이슈…세대교체 통한 쇄신 목적
지난 11일 우리은행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부문장이 사라진 것이다. '은행장-부문장-부행장'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단순해졌다.
부문장은 다른 시중은행에는 없는 독특한 제도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행장을 겸했기에 은행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지주와 은행 분리 체제가 본격화되며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
부문장을 없애며 행장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됐다.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지적을 받는 만큼 행장이 컨트롤타워가 돼 굵직한 이슈를 챙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일환으로 행장 직속 독립 조직으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신설했다.
권 내정자는 이런 미션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 많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로 알려졌지만 부하 직원들에게는 딱딱하지 않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과거 비서실과 홍보실을 거친 것도 그의 소통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와 호흡을 맞춰본 금융권 관계자는 "권 내정자는 추진력이 강하고 선이 굵은 리더"라며 "흔들리는 우리은행을 강하게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큰 형님' 같은 리더십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젊은 피'다. 1963년생으로 시중은행장들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1961년생)보다 젊고 지성규 하나은행장(1963년생)과 동갑이다. 쟁쟁한 후보군 가운데 그를 행장으로 발탁한 데에는 세대교체를 통해 쇄신을 꾀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은행 업무 두루 섭렵, 초고속 승진...IB 전문성도 갖춰
울산에서 나고 자란 권 내정자는 학성고를 졸업하고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1988년 8월에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옛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은행 업무를 두루 경험하면서 내부의 인정을 받았다. 2006년에는 옛 우리금융지주 전략기획팀에 잠시 몸담은 뒤 비서실 부장을 역임하며 박병원 당시 회장을 보좌했다.
이순우 회장 시절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이 전 회장은 우리아메리카은행 부장을 비롯해 아크로비스타지점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을 거친 그를 다시 지주사로 불러들였다. 2013년 지주 홍보실장(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와 동갑인 1963년생 인사들이 현재 우리금융 본부장급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빨리 진급했는지 알 수 있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전문성이 돋보이기도 했다. 2017년 IB그룹 집행부행장을 거쳐 같은해 우리PE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국제금융이나 IB 시장을 읽는 안목도 탁월하고 투자 부문에 조예가 깊다는 평이 많다.
이때 그가 성사시킨 딜이 아주캐피탈 건이다. 지분투자를 하고 콜옵션 조건을 걸면서 향후에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조를 짠 장본인이다. PR과 IR을 담당하는 대외협력단까지 함께 이끌었다. 당시 그는 글로벌부문을 이끌던 손태승 현 회장과도 겹치는 업무가 많아 소통도 원활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앓던 이' 해결…위기 돌파능력 입증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앞선 경험은 그가 우리은행을 잠시 떠났을 때 빛을 발했다. 2018년 3월 그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이사가 됐다. 70조원 가량 되는 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중역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고 설득하는 그의 능력이 돋보였다. 중앙회장을 설득해 MG손보 추가 지원을 받아냈다. 이를 토대로 우리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끌어오기로 약속받았다.
블라인드펀드 출자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크게 손실을 보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이들의 마음을 돌렸다.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 설득에도 성공했다. 현재 블라인드펀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고 실무절차를 밟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외부에서 왔지만 '호형호제' 하며 격의없이 지냈다"며 "워크숍에 가면 일부러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돌파력이 없었다면 진작에 이들 문제가 좌초됐을 것이란 전언이다.
이때 그가 보여준 실력은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밀어부친 힘이 됐다.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1월쯤 권 내정자를 행장 후보로 염두에 뒀다. 임추위는 회장과 행장 분리를 염두에 두고 개별적으로 그와 접촉하며 의사를 타진했다.
다만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을 두고 우리금융 안팎의 온도차가 컸다. 은행 내에서 그의 급부상을 예측한 이는 드물었지만 IB 업계에서는 이미 그가 내정됐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압축후보군(숏리스트)에 올랐을 때도 그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건 아니었다.
그는 면접 자리에서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리은행에 대해 생생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은행이 처한 위기상황을 지적하며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 내실 경영 등 청사진도 제시했다. 결국 그룹임추위 위원들은 장고 끝에 '다크호스'로 꼽히던 권 내정자를 차기 행장 후보로 낙점했다.
금융권에서는 '마당발'로 유명한 권 내정자가 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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