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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하우스 양극화]선정 공정성 논란, '정량주의' 한계 지적도③수출입은행 사태 등 시장 위축 초래…객관성 강조, 쏠림현상 가속화

피혜림 기자공개 2020-03-13 14:08:09

[편집자주]

한국물 시장 내 외국계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관사 맨데이트를 겨냥한 글로벌 IB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위사의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솟구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개별 하우스만의 특색을 강조한 글로벌 IB들이 꾸준히 한국물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도리어 기존 하우스들의 독식 체제는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높아진 진입장벽 속에서 글로벌 IB들의 활동성은 물론 한국물 시장의 다양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주관사단 구성이 획일화되자 선정 공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시장 조성에 힘써야 할 공공기관들이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일부 하우스에만 발송하는 등 양극화를 견고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성 논란은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이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주관사 선정 비리 의혹 수사에 돌입하자 글로벌 IB들의 영업력은 위축됐다. 글로벌 채권시장 동향을 업데이트 받아야하는 발행사들 입장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연이은 논란으로 공공기관들은 더욱 정량지표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정성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관사 선정시 리그테이블 순위 및 트랙 레코드 등 가시적 지표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우스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배경이다.

◇RFP 발송 방식, 양극화 심화

한국물 시장의 주요 발행사는 국책은행과 공기업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자회사, 각종 공사 등 공기업의 공모 외화채 발행 비중은 전체 한국물의 절반을 넘어선다. 글로벌 IB들이 한국물 시장에 진입할 경우 국책은행을 겨냥한 후 이후 공기업과 민간기업 순으로 영역을 넓히는 이유다.

국책은행과 공기업의 경우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한국물 시장 조성에 대한 의무 역시 지고 있다. 공공기관 딜에서 주관사 선정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등이 더욱 강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책은행과 공기업은 도리어 하우스 양극화 심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책은행과 공기업은 대부분 일부 하우스에 RFP를 발송해 제안서를 받은 후 주관사단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택하고 있다.

이 경우 리그테이블 상위사를 중심으로 RFP를 받는 경우가 잦아 순위권밖 하우스들은 딜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공공기관과 같은 의무에서 비껴있어 RFP 발송 등의 선정 방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간기업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RFP를 3~4곳의 소수 하우스에 발송한 후 이들을 전부 주관사로 선정하는 모습"이라며 "이미 어느정도 윤곽을 갖춘 후 주관사단 선정을 하기 때문에 제안서 등을 통해 역량을 보이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성 논란, 시장 위축으로 번져

1월 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동일한 형태로 캥거루본드 딜 주관사를 선정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소수의 비호주계 하우스에만 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캥거루본드 딜의 경우 호주 역내 네트워크 등을 고려해 호주계 하우스를 포함시킨다.

한국물 최대 발행사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이같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경찰은 주관사 선정과 관련한 금품 및 향응 수수 등에 대한 의혹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다수의 글로벌 IB가 참고인 조사 대상이 된 것을 시작으로 노무라증권과 크레디아그리콜 등에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외국계 하우스로 파장이 번지자 글로벌 IB들의 영업력 역시 위축되고 있다. 개별 하우스는 물론 발행사에 대한 접촉 역시 자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정성 논란이 언제든 한국물 시장 전체를 경색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절차적 객관성, 결과는 '글쎄'…하우스 경쟁 심화도 '한몫'

발행 시장에서는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공공기관 특성상 해당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정성이 부각될 수록 평가지표 등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리그테이블 순위와 트랙레코드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부 컴플라이언스와 감사 절차가 있는데도 규정과 투명성들을 강조하다 보니 가시적 수치로 나래비를 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절차의 공정성에 초점을 두다 결과의 공정성이 퇴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우스간 경쟁 심화 역시 이슈어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하우스가 개별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딜에 참여시키고 싶어도 시장 내에서 해당 하우스를 부적절하게 선정했다는 악의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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